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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의 의미를 재정의한 M2프로 맥북프로 14


IT기기를 두고 ‘가성비’가 좋다고 할 때 방점은 가격에 찍힌다. 저렴한 제품이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줄 때 가성비란 말을 주로 쓴다. 그런 의미에서 M2프로를 탑재한 맥북프로 14(이하 맥북프로 14)는 가성비라는 말에 안 어울릴 수 있다.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이 279만원이고, 최고가는 429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간 맥북프로 14를 쓰면서 그런 생각은 더 명확해졌다. 이 제품은 일상적인 용도로 노트북을 쓰는 사용자에게 ‘오버스펙’이다. 인터넷을 하고 OTT를 감상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용도로는 매우 쾌적하다. 하지만 일상적 사용에는 M1 맥북에어 정도로도 충분하다. 기본적인 것만 한다면 두 제품 사이에서 유의미한 성능 차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전문적 용도로 쓴다면 모든 정의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4K 영상을 여러 개 띄워두고 편집을 하거나, 3D 렌더링을 하거나, 음악 믹싱 작업을 한다면 맥북프로 14는 좋은 선택지로 떠오른다. 이런 작업들은 아주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 윈도우 운영체제(OS)를 쓰는 컴퓨터를 기준으로 한다면 최고 사양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현재 시장에 나온 제품 기준이라면 CPU는 인텔 13세대 i9-13900K, GPU는 엔비디아 RTX 4090 정도가 최고 사양이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약 80만원과 250만원이다. 이 두 부품만 더해도 330만원이다. 여기에 메모리, 저장장치, 모니터 등의 다른 부품까지 산다고 치면 맥북프로 14가 더 저렴하다. 전문가들이 쓰는 용도로는 맥북프로 14가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되는 셈이다.

특히 성능과 전력의 최적화가 맥북프로 14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무거운 작업을 돌려도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래 사용해도 미지근하다는 느낌 이상의 발열이 없다. 사무실에서 PC로 하던 작업을 카페에서 맥북프로 14로 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전력 제한 없이 발열과 소음을 감수하고 성능을 뽑는다면 인텔 CPU + RTX 4090 조합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다만, 이동성과 전력효율성까지 고려한다면 맥북프로 14로 작업하는 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맥북프로 14를 보면서 애플은 이제 일반 사용자와 전문가용 시장을 명확하게 구분해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적 용도라면 100만~200만원 사이에서 살 수 있는 맥북에어, 전문가라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맥북프로를 사라는 식이다.

맥북프로 14를 쓰면서 아쉬웠던 점은 게임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맥북프로 14이지만 할 수 있는 게임은 많지 않다. PC 게임시장이 윈도우 OS 중심이라 대부분 인기 게임은 윈도우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 사용자의 PC를 사용하는 용도 중 게임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맥북용으로 게임을 내놓을지는 전적으로 게임 업체들이 결정할 문제다. 맥북의 점유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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