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 비웃은 권도형, 도피중 다른 한국인과 회사 설립

인터폴 적색수배 17일 뒤
세르비아서 유한회사 설립
韓·美·싱가포르 송환 대기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가 2021년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포털 사이트 야후 파이낸스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 영상 캡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힐 때까지 11개월 간 도피하면서 다른 한국인과 세르비아에 유한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후에도 ‘테라 2.0’을 강행했던 권 대표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비웃듯 회사를 차리고 느긋하게 도피 행각을 벌였다.

브라질 기반의 암호화폐 전문 매체 디엘뉴스는 27일(현지시간) “권 대표가 지난해 10월 12일 세르비아에서 유한회사 ‘초코도이22 베오그라드(Codokoj22 d.o.o. Beograd)’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베오그라드는 권 대표가 도피하면서 체류했던 세르비아의 수도다.

디엘뉴스는 세르비아 등기소에서 발급한 권 대표의 유한회사 문건도 공개했다. 회사 소유자는 권 대표의 영문명인 ‘Do Hyeong Kwon’으로 작성돼 있다. 권 대표는 해외에서 ‘도권(Do Kwon)’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권 대표와 함께 최근 체포된 테라폼랩스 관계사인 A사 대표 출신인 다른 한국인 H씨는 세르비아에 설립한 유한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권 대표의 유한회사 설립일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해 적색수배를 내린 지난해 9월 26일로부터 17일쯤 지난 시점이다. 인터폴의 수사망에 오르고도 법인을 세워 회사를 경영해온 셈이다.

권 대표는 인터폴 적색수배 이튿날인 지난해 9월 27일 트위터에서 다른 이용자와 댓글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는 도피를 시도하지 않는다. 산책하고 쇼핑도 한다”며 느긋한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다른 이용자로부터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서는 “내 집 거실에서 코딩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채굴을 용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인도처럼 암호화폐를 제재하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세르비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권 대표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테라폼랩스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를 떠나 세르비아로 간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권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했던 암호화폐 루나·테라를 개발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이보다 한 달 전인 지난 4월 한국에서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고, 이후 11개월간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테라 2.0을 강행해 암호화폐 업계의 원성을 샀다.

권 대표와 H씨는 지난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소지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행 비행기를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한국, 미국, 싱가포르 사법당국이 권 대표를 송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 대표의 구금기간을 지난 24일부터 최대 30일간 연장했다. 권 대표의 송환이 어느 시점에 어느 국가로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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