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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챗GPT와 날 비교해요”…AI열풍 괴로운 직장인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한 대기업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하는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상사의 ‘챗GPT 찬양’에 괴로움을 호소한다. 최근 들어 상사는 수시로 챗GPT에 업무 관련 질문을 던진 뒤, 그 결과물을 직원들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유하고 있다. 상사는 챗GPT의 답변을 ‘업무 레퍼런스’로 삼고 직원들 업무 성과와 비교한다.

이 상사는 챗GPT에 회사 역량과 AI 시대 대응전략을 물어본 뒤 답변을 메신저로 공유하면서 “AI가 몇 분 만에 내놓은 답변이 며칠 동안 공들여서 너희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가 않다”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A씨는 “실제 챗GPT의 답변에는 최신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내용도 많았다. 그런데도 AI와 직원을 비교 평가하니 답답하다”고 29일 토로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업무 지식을 챗GPT에 물어보는 등 일반 검색서비스 대용으로 활용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하지만 일부에서 AI를 ‘사람보다 나은 존재’로 추켜세우면서 직장 내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업무 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직장인들의 또 다른 고충으로 자리를 잡았다.


직장인 B씨는 최근 업무 관련 보고를 올릴 때 챗GPT가 만든 답변을 참고용으로 첨부한다. 챗GPT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B씨는 “최근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회사에 만들어졌다. 내가 판단한 것과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상사가 비교할 수 있도록 챗GPT를 업무 보조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선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 직장 내 갈등 현상을 ‘AI 일상화 단계’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부작용으로 진단한다. 수많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빠르게 기존 산업으로 침투하고 있고 업무에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에 비해 사람들의 수용 속도는 비교적 느리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두고 신뢰성을 평가하려고 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가령 챗GPT가 만든 글을 보고 탁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신하면서 우선 부정하고 보는 사람도 있다. 업무 영역에서도 이렇게 수용 반응이 각각 나뉘면서 직장 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챗GPT에 대한 생각을 묻는 조사에서도 긍정과 부정은 팽팽하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 남녀 2066명을 대상으로 챗GPT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 가운데 28%(592명)는 ‘편향되거나 잘못된 정보도 진짜처럼 술술 답해 거짓 정보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반면 전체 응답자 중 26%(540명)는 ‘방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 준다는 점에서 든든한 조수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과 부정이 반반씩 갈린 셈이다.

안지선 SK컴즈 미디어서비스 팀장은 “사회 전반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혁신적 기술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챗GPT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팽팽하게 엇갈리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도입 및 확산에 따른 사회적 논쟁이나 갈등을 극복하고, AI기술의 긍정적 기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충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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