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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래처에서 난 받아와라” 산은 고위 간부 갑질

임직원 행동강령·김영란법 위반 지적
내부 인트라넷 비판글 계속 삭제돼

A씨가 관할 지역 지점장에게 보낸 단체 메시지 내용 중 일부 캡처

산업은행 고위 간부가 각 지점 거래처로부터 ‘난’ 화분을 받아올 것을 지시해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간부는 지점별로 받아야 할 난 개수뿐 아니라, 가능하면 회장·대표이사 명의로 받아달라는 점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최근 지방본부로 인사 발령이 난 A씨는 지난 27일 관할 지역 지점장에게 단체 메시지를 돌렸다. A씨는 메시지에서 “최근 개소한 ○○권투자금융센터가 신규 인테리어 등으로 근무 여건이 좋지 않다”며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각 지점 거래처에서 화분과 난을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중견기업 회장 또는 대표이사 명의면 더욱 좋겠다”며 “수요일까지 도착 부탁드린다”라고 시한도 명시했다. 또 “제가 부탁드린다고 하면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A씨가 보낸 단체 메시지가 내부에 퍼지며 큰 비판이 일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 인트라넷에도 비판 글이 계속 올라왔지만, 산업은행 측에서 관련 글을 계속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28일 “각 지점장에게 거래처별 화분 개수를 할당하는 게 2023년에 가능한 일인가”라며 “인사부 감찰반은 비위행위를 조장한 A씨에 대한 감찰을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A씨가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임직원 행동강령은 “임직원은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당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제14조의3)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A씨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밀어붙인 주요 인물로, 내부 직원들로부터 신임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비판 목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 직원은 “새 사무실을 졸속으로 만들어 환경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본인이 급하게 지방으로 내려와 벌어진 일”이라며 “화환과 난으로 사무실을 채워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스스로 회사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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