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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우디 성당’ 가려던 군의회, 결국 출장 취소

충북 진천군의회
‘외유성 출장’ 논란 제기되자 결국 취소
“다시 한번 재점검하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 유명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직접 건축을 책임진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충북 진천군의회 의원들은 다음달 스페인 출장에서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외유성' 지적이 나오자 결국 출장을 취소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페이스북 캡처

충북 진천군의회가 다음 달로 예정된 해외 출장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8일 진천군의회에 따르면 다음 달 7박 9일 일정으로 예정된 스페인·포르투갈 출장 일정은 전격 취소됐다.

군의회 관계자는 “외유성 연수로 비춰지지 않도록 연수 방식과 일정에 대해 의회 스스로가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현실에 놓인 군민의 눈높이에 맞춰 보다 충실한 의정·의사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국외연수를 전격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24일 온라인 기사를 통해 진천군의회의 해외 출장 일정이 내부 심사 단계에서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군의회의 이번 출장이 내부 심사 단계부터 ‘외유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는 사실은 국민일보 24일자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국민일보가 확인한 군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대로면 100% 관광성”, “진천군이 마드리드에 뭘 배우러 가는지 모르겠다”, “리스본이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는 서울 같은 도시인데 진천군하고는 맞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천군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출장을 떠나는 의원 8명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똘레도 대성당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진천군과의 관련성이 적어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천군의회 제공

구체적인 출장 일정도 외유성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했다.

군의회의 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전체 일정 13건 가운데 8건이 현장 시찰이었다. 현장 시찰 가운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성당) 방문 일정도 포함됐다.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직접 건축을 책임진 바르셀로나의 대표 명소다.

계획서는 이를 두고 “진천군을 대표할 수 있는 대형건물 건축 시 여건, 디자인, 활용도 등을 파악해 추진방향모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형 성당인 파밀리아 성당과 진천군의 접점을 찾는 것은 억지스러운 연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외 시찰지 중에도 누에보 다리, 몬세랏 수도원 등 관광 명소가 여럿 포함돼 있다. 바위산 아래 자리 잡은 몬세랏 수도원은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 가운데 하나이고, 스페인 소도시 론다의 협곡을 잇는 누에보 다리는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알려졌다. 모두 스페인 여행에서 주요 명소로 꼽히는 ‘관광 코스’다.

이들 지역 역시 일정별로 ‘진천군의 관광사업 활용방안 모색’ ‘진천군을 대표할 대형건물 건축 등 추진방향모색’ 등의 이유와 명분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론다의 누에보 다리를 통해 진천군 ‘농다리’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거나, “몬세랏 수도원에서 산악열차 등 이동 수단을 체험해 진천군의 관광 활성방안을 탐색한다” 등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공식 방문 일정으로는 포르투갈 리스본 시의회, 스페인 마드리드 시청사, 스페인 이구알라다 시의회 등이 포함됐다. 이 일정들에는 ‘선진 민주정치 시스템 및 의정활동 사례를 벤치마킹해 진천군의회의 발전방향모색’ 등의 설명이 붙었다.

취소된 이번 출장에는 장동현 진천군의회 의장을 포함해 군의원 8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들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4024만원이었다.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조치를 완화하면서 ‘의원님’들의 해외 출장(연수)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국민일보는 다시 시작된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 내역을 꼼꼼히 뜯어보고 있습니다. ‘정책 입안에 참고’ ‘국제적 감각 제고’ 등 거창한 단어들로 포장돼있지만 실상은 단순 ‘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의 출장 계획서와 결과보고서가 공개돼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역 의회의 해외 출장 내역 중 수상한 점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ID : pandan22)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떠난 ‘외유성 출장’은 아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정헌 김판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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