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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취약계층 도시가스 요금 감면, 기관별 칸막이에 골든타임 놓쳤다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시내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올 겨울 난방비 대란 당시 정부가 취약 계층을 상대로 한 도시가스 요금 경감책을 발표했지만, 관련 기관 사이의 칸막이 탓에 원활한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요금 상승을 둘러싼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가 지원책을 일단 내놓고, 이후 부랴부랴 내부 규정과 제도를 보완하느라 빚어진 일이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시가스 요금 감면이 에너지법에 따른 에너지 복지사업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산업부는 3일 후인 지난 16일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요금을 감면해 에너지 이용을 지원하는 것은 에너지 복지사업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2009년부터 취약계층 대상 도시가스 요금 감면 사업을 진행해 온 가스공사가 굳이 산업부에 추가 질의를 한 배경은 이렇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말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해 가스요금 할인 폭을 현재 9000∼3만6000원에서 2배 인상된 1만8000∼7만2000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난방비 폭탄으로 민심이 들썩이자 올 겨울에 한정한 가스요금 지원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산업부는 대통령실 발표 이후인 지난 2월 16일 장관 명의로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도시가스요금 경감지침’을 개정해 고시했다. 지침은 대통령실 발표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이번달까지 한시적으로 취약계층의 가스요금 할인 폭을 2배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존 도시가스 요금 혜택 대상이던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과 다자녀가구에 에너지바우처 수급자를 새롭게 추가했다.

에너지바우처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중 노인, 장애인, 영유아, 임산부, 중증난치성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등 에너지 취약계층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산업부가 2015년부터 지급하고 있는 일종의 에너지요금 쿠폰이다. 전기요금이나 도시가스·LPG 요금 등에 쓸 수 있다.

에너지바우처 지원 가구는 약 118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에게 바우처 지원금액을 차감한 수준에서 도시가스 요금 혜택을 추가로 부여해 난방비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게 당초 정부의 구상이었다. 예를 들어 차상위 계층 가운데 에너지바우처 미수급자와 수급자는 동절기(12~3월)에 매달 각각 14만8000원, 8만6000원의 도시가스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에너지바우처 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고 있다. 바우처 수급자 명단과 신상 정보도 공단이 가지고 있다. 가스공사가 공단에 해당 정보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위원회는 가스공사 측에 가스요금 할인이 에너지법에 따라 정부의 복지 시책으로 인정된다면 명단 공유가 가능하다고 조건을 걸었다. 공사가 이를 수용해 산업부에 질의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 기관별 칸막이 기조가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적시 지원을 가로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발표는 1월, 산업부 고시는 2월, 에너지바우처 수급자 명단 공유는 3월에 이뤄졌다.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사업도 다음달 30일 종료된다. 정부가 내부 규제를 따르는 동안 겨울철이 거의 끝난 셈이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 전에 우선 내부 규정부터 손질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로 올 여름과 겨울 에너지 요금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더 풀고, 기관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오는 9월까지 도시가스 요금 가운데 동절기 요금만큼을 차감하고, 부족할 경우 9월 이후 환급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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