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29일 공개 사과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 목사가 주관한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을 받고 사과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29일 페이스북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드린 점에 깊이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미국에서 서울로 돌아왔다면서 “미국 현지 폭풍우로 하루 동안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고 공항에 격리돼 모든 것이 늦어졌다”며 “이 점 또한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회에서 “우파 진영에서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도 민주노총에도 대항하는 활동무대가 됐다”며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12일 전 목사가 주관한 예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5·18광주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게재에 대해 “불가능하다”면서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틀 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게재에 반대하지 않겠다”며 사과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 페이스북에서 “당에 해악이나 끼치는 천방지축 행동을 방치하게 되면 당의 기강은 무너지고 당의 지지율은 더욱 더 폭락하게 된다”며 김 최고위원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당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게 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그런 식의 당 운영은 더더욱 어려움만 초래하게 된다”면서 당 지도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특히 판사 출신인 김기현 대표를 겨냥해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당 운영으로는 당을 역동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며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원회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과 망언을 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번 지켜보자”고 날을 세웠다.

당 지도부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서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여당이라지만 소수당이니만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매사에 자중자애해야 한다. 혹시 민심에 어긋나는 발언이나 행동이 아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경희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전후 문맥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도된 것만 봤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의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MBC라디오에서 “(김 최고위원이) 정책 전략, 정황 분석은 탁월한데 언어의 전략적 구사가 최근에 감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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