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성과를 승부조작범에 주나…” 축구협회에 쏟아진 비난

대한축구협회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등 자축하며
승부조작 등 비위 징계자 100명 기습 사면
하태경 “진상조사 벌여 국민에 공개하겠다” 경고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대한축구협회가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면서 승부조작 등 각종 비위로 제명되거나 징계를 받은 전·현직 축구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기습 사면했다. 이 같은 협회 결정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아주 나쁜 선례”라면서 강도높게 비난했다.

하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제부터 승부조작은 ‘안 걸리면 장땡, 걸려도 10년만 버티면 사면’이라는 공식이 갖춰졌다”면서 축구협회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몸담은 수많은 축구인은 ‘어차피 다 알아서 봐줄 건데, 한탕 못 해 먹은 바보’ 취급해 버린 것”이라면서 “화가 나고 화가 난다”고 거듭 분노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하 의원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선한 사람만 피해받고 악한 사람은 대우받는 괴상한 결말을 ‘헬피엔딩’이라고 하는데, 축협의 논리가 그야말로 ‘헬피엔딩’이 됐다”면서 “카타르 16강 진출 축하의 성과를 승부조작 주범자에게 준다는 논리에 대해, 관련 내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샅샅이 조사해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축구협회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도 사면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규정이 없어 사면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사면을 추진하면서 체육회에 사면이 가능한지도 문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승부조작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우리는 사면할 계획도 없다. 축구협회의 사면 의결이 포괄적으로 효력을 미쳐 프로연맹의 징계가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명쾌하지 않다. 법리적으로 따져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이날 오후 인스타그램에 성명을 내 “기습적으로 의결한 사면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고 협회를 비난했다. 붉은악마는 “공든 탑을 쌓는 마음으로 조금씩 올바르게 성장하던 K리그와 한국 축구였는데 3월 28일 정몽규 회장 이하 협회 수뇌부가 12년간 모두의 노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월드컵 16강이란 축제를 왜 범죄자들의 면죄부로 사용하는가”라고 질타했다.

붉은악마는 사면을 강행하면 향후 A매치를 보이콧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K리그 클럽 서포터즈와 연계한 리그 경기 보이콧·항의 집회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협회는 전날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과거 승부조작 등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협회가 징계 대상자를 사면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사면 대상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중 48명이나 포함됐다.

협회는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으로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그러면서 “성폭력, 성추행 등에 연루된 사람은 제외했고 승부조작의 경우에도 비위의 정도가 큰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뺐다”며 “이번 사면으로 인해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기본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모든 경기에서 승부조작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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