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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범죄인 인도 청구’, 美에 선수 뺏겼다

몬테네그로 법무부 “미국이 먼저 청구” 발표
어느 쪽에 우선권이 갈지는 예단 어려워
한국·미국·싱가포르·몬테네그로 4국서 사건 직면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권도형 사건과 관련한 기자 회견을 연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당사자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씨의 송환 절차를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 미국 모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통해 최고 단계 국제 수배를 내리고 수사관을 해외로 파견하는 등 권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권씨를 둘러싸고 미국과 신병확보 경쟁을 벌여야하는 셈이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 양국으로부터 권씨를 송환해 달라는 범죄인 인도 청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청구했다고도 덧붙였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한국 당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 시점은 전날이지만, 미국은 이보다 훨씬 먼저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발표대로면 미국에 선수를 빼앗긴 게 된다. 다만 송환 국가를 정할 때는 범죄인 국적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느 쪽에 우선권이 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사법당국도 권 대표를 송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의 송환이 어느 시점에 어느 국가로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몬테네그로는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된 국가다. 권씨처럼 국내에서 범죄를 일으킨 후 몬테네그로로 도주한 용의자가 체포될 경우 국내로 이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코바치 장관도 “현 단계에서 두 국가 중 어느 쪽이 우선권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권 대표의 자세한 체포 경위와 몬테네그로 정부의 입장 등도 설명했다. 이를 종합하면 권씨는 지난 24일 세르비아 인접국인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그는 당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시도 중이었다. 권씨의 측근 한모씨도 함께 붙잡혔다.

코바치 장관은 “한국은 권씨와 한씨 두 용의자 모두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권씨만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몬테네그로의 법률과 국제 협약에 따라 모든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두 사람이 위조문서를 소지한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형사 소송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AP뉴시스

권씨는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했던 루나·테라를 개발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사기 등 혐의로 피소됐다. 그는 이보다 한 달 전인 그해 4월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겨 잠적했다.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는 항공권을 발권했지만 UAE 입국 기록은 없는 등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한씨 소재가 세르비아로 확인돼 수사당국은 권씨 역시 세르비아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같은 해 9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지난 1월 세르비아에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했다. 긴급인도구속이란 인도 청구를 전제로 범죄인을 체포·구금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권씨는 도피 11개월여만인 지난 24일 검거됐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SDNY)은 권 대표가 체포된 뒤 그를 투자자 기만·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시세 조작·상품 사기·증권 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싱가포르 경찰은 권 대표가 800억원 대 가상화폐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수사 중이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도 위조문서 소지 혐의 재판, 범죄인 인도 심리 총 2가지 사건에 직면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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