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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간이 역주행한다고? [투게더]

하절기 표준 시간을 앞당겨 생활하는 서머타임
해외 시행 국가에서도 찬반 여론 나뉘어
한국도 과거 두 차례 시행한 적 있어

프랑스 보르도에 거주하는 장모(34·여)씨. 약속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려던 순간.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난 도착했는데, 어디쯤이야?” 아뿔싸. 오늘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되는 걸 잊고 있었다. 집에 있는 모든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돌려놔야 했는데 이를 까먹은 것. 그녀는 결국 약속 시간에 한 시간 늦고 말았다.

장씨는 “다행히 핸드폰은 시간이 자동으로 바뀐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생활했을지 궁금하다”며 아찔했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매년 두 번, 시계를 한 바퀴 앞으로 돌린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한 장면.

서머타임. 이른바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는 여름철 긴 낮 시간을 활용해 표준시를 한 시간 앞으로 당기는 제도다. 미국은 지난 12일, 유럽은 26일 새벽 2시에 올 한해 서머타임의 막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매해 3월 둘째 주에 시행해 11월 첫째 주에 해제를, 유럽은 3월 마지막 주에 시행해 10월 마지막 주에 해제한다. 3월마다 시계를 한 바퀴 앞으로, 그리고 8개월 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서머타임은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을 선두로 미국, 유럽, 영국, 덴마크 등 여러 국가에서 잇달아 에너지 절약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행됐다. 한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만큼 에너지 사용량 역시 줄어들고, 낮 시간의 경제 활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서머타임이 시행되면 당연했던 것들이 변화를 맞이한다. 미국 주식 개장 시간이 앞당겨지고, 해외 직구 사이트의 할인 마감 시간이 바뀐다. 출퇴근 시간이 변함에 따라 기상 시간도 빨라진다.

역사가 무려 100년,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감자'

1916년 독일에서 유럽 첫 서머타임이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는 인위적으로 시간을 고치는데 불편함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저녁이 어둡지 않아 범죄율이 감소한다며 반긴다.

표준시간과 일광절약시간제 선호도에 관한 네티즌의 댓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지난 14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게재된 댓글이다. 글쓴이는 서머타임이 적용되지 않는 애리조나주에 거주한다. 그는 “시계를 한 해에 두 번씩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름의 밝은 아침과 겨울의 어두운 저녁을 맞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의도적인 시간 변화에 따른 여름의 밝은 저녁과 겨울의 어두운 아침보다는 자연스러운 계절감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서머타임 덕분에 여름을 좋아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장씨는 “해가 빨리지는 겨울 저녁에는 한적한 거리를 걷기 무서울 때가 있다. 때문에 비교적 밝은 시간이 긴 여름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여름에 대한 설렘을 나타냈다.

한국에도 서머타임이 있었다

한국의 일광절약시간 제정에 관한 건(1949). 국가기록원

한국에서도 서머타임이 시행된 적이 있다. 1949년부터 1960년, 그리고 서울 올림픽이 개최된 1987년과 1988년에 걸쳐 두 차례 시행되었다. 2009년 재도입을 추진했지만, 노동시간 연장 우려로 불발됐다.

서머타임 장·단점 소개 자료. 동아일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동경제를 담당하는 손연정 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장 근무 이슈는 노동자로서는 당연히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일해도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던 사람이 8시부터 5시까지 정시를 지켜 근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평소에는 6시까지 근무하지 않았느냐’며 자연스럽게 연장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끔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며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그 시간에 맞춰 근무하는 것은 오히려 선택권에 제약을 두는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게끔 하려면 철저한 근로시간 관리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머타임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

미국 상원은 지난해 11월 서머타임 영구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유럽의회는 2021년 서머타임 폐지안을 가결했지만, 회원국들의 결정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서머타임에 대한 합치된 의견을 도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서머타임의 본질인 시간도 결국 인간이 정한 약속일 뿐. 제도적 의무성에 따르기보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개인 시차’에 따라 살아가는 건 어떨까.

투게더는 To gather와 Together를 일컫는 말입니다. 세상의 다르지만 비슷한 정보들을 함께 모아 소개하겠습니다.


고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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