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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고’ 한전, 소송가액만 무려 9818억7800만원


최악의 경영난을 겪는 한국전력공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소송 가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기요금 대폭 인상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 소송비용까지 더해지면서 한전의 재정 상태는 더욱 악화될 공산이 커졌다.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이 민사소송을 당해 피고 신분으로 진행 중인 소송 건수는 653건으로 집계됐다. 653건의 소송 가액을 합친 금액은 9818억7800만원이다.

한전은 그중 5분의 1에 가까운 1811억7900만원을 ‘충당 부채’로 설정해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 충당부채는 유출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부채를 뜻한다.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은 소송 가액이 1812억원에 육박했다는 의미다. 한전은 패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거나 소요 액수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소송은 ‘우발 부채’로 잡아 재무제표 주석란에만 기재하고 있다.

한전의 소송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021년 말 6894억원이던 한전의 소송 가액은 한 해 사이에 3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충당 부채 규모도 2021년 1147억원에서 1년 새 7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분은 ‘한전 책임론’이 불거진 2019년의 강원 고성 산불과 관련한 소송에서 주로 비롯됐다. 정부와 강원도는 산불로 인한 공공시설물 피해에 대해 지난해 4월 한전에 59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산불은 한전이 관리하던 전신주에서 생겨난 불티가 인근 나무 등에 옮겨붙으면서 시작됐다.

여기에다 통상임금 미지급 소송, 임금피크제 관련 손해배상 청구 등이 제기되면서 한전의 소송 건수는 수년째 600건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2조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낸 한전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전의 적자 규모는 이미 재무 상황 개선이나 회사채 발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2분기 전기요금 조정안은 31일 발표될 예정이다. 문제는 한전의 재정을 안정시킬 만큼 전폭적인 인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른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공개적으로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한전은 소송으로 이어질 만한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년 전보다 소송 가액이 늘었지만 소송 건수는 소폭 줄었다”며 “앞으로 유사한 소송을 방지할 수 있도록 예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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