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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관절염 새 줄기세포치료제 실용화 절실…“환자 선택권 넓어져야”

대한노인회·국민일보 공동주최 국회 전문가 토론회

국제 경쟁력있는 바이오의약품으로 세계 바이오헬스시장 선점도 필요

30일 국회에서 대한노인회와 국민일보가 공동 주최한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국내 실용화 전문가 토론회'. 이한결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퇴행성관절염은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병원 진료받은 사람이 2021년 기준으로 181만명에 달한다. 60세 이상이 80%를 넘을 정도로 노년기를 괴롭히는 병이다.
중증(3기 이상)으로 악화되면 관절 기능 저하나 통증으로 걷기 힘들어지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하지만 소염진통제·뼈주사(히알루론산제제)·스테로이드 등 증상 완화 약물이나 물리 치료 같은 보존적 방법, 수술 외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더구나 뼈주사의 경우 2~3개월마다 한 번씩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스테로이드 제제는 부작용으로 고생하기 일쑤다. 연골이 다 닳아 말기 상황이 되면 결국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인공물을 몸에 집어넣는 데 대한 거부감이나 제한된 수명(10년), 합병증·재수술 가능성 등 고령층에게 부담이 적지 않다.

새로운 줄기세포치료제 기대감 높아
이에 따라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수술 않고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한 요구도가 지속적으로 커져 왔다. 특히 10여년 전부터 ‘재생의료의 꽃’으로 불리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탯줄혈액(제대혈)에서 뽑은 중간엽줄기세포(연골·골수 등으로 분화 능력)로 제조한 제품이 이미 보급돼 있으나 관절 내시경을 통한 주입, 제한적 연골재생 효과 등 몇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를 촉구하는 전문가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현재 자신의 복부 지방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로 만든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1년 7개월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심한 무릎관절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권’을 넓히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국제 경쟁력 확보 및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선 국산 줄기세포 신약의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삿말하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이한결 기자
인삿말하는 변재운 국민일보 대표이사. 이한결 기자

30일 국회도서관대강당에서 대한노인회와 국민일보가 공동주최한 ‘중증의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국내 실용화 전문가 토론회’에는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강훈식(더불어민주당)·김미애(국민의힘) 의원, 국민일보 변재운 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대한노인회 소속 회원 200여명이 참석해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고령층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유명철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이한결 기자

유명철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아 주제발표와 토론을 이끌었다. 먼저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강일 교수는 자가 지방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조인트스템)의 개발 과정과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배에서 뽑아낸 지방 조직에서 중간엽줄기세포만을 추출하고 몇차례 배양을 통해 1억개의 세포로 대량 증식한 뒤 안정화를 위해 혈청(혈액)을 섞은 3㎖ 용액으로 만들어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이 치료제는 바이오스타줄기세포기술연구원이 2005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해 동물실험과 인체 대상 임상1·2상(서울시보라매병원, 18명 대상), 2b상(강동경희대·강남세브란스병원, 2기 이상 환자 24명 대상)을 거쳐 2021년 최종 단계인 임상3상시험(서울대병원 등 13개 기관, 3기 이상 252명 대상)을 완료했다.

3기 이상 중증 환자에 유효성·안전성 입증
임상2b상과 3상 연구 책임자인 김 교수는 “지방 유래 줄기세포치료제는 3개월 이상 지속된 무릎 통증으로 비수술적 치료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3기 이상 진행된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관절강내 단 1회 주사로 통증 감소 및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3상시험 결과 1차 평가지표인 관절기능 지수(WOMAC)와 통증 점수(VAS)가 대조군(생리식염수 투여 125명) 대비 실험군(줄기세포치료제 투여 125명)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또 MRI영상을 통해 평가한 연골결손 면적이 초기에 비해 1년, 2년차 시점 결과값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3년 추적관찰까지 줄기세포치료제를 투여받은 군에선 단 1명 만이 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 반면 대조군은 8명에게 시행됐다. 2b상에선 치료제 투여 후 5년까지 추적관찰한 대상자 중 인공관절수술 사례가 한명도 없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임상결과와 장기적 효과 및 안전성 관련 주제발표하는 김강일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이한결 기자

김 교수는 “일부 5년 이상 추적중인 환자를 포함해 통증 감소와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연골재생 지표로 설정한 연골결손 면적 감소 도 일부 확인됐다.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제로 더 이상 개선이 어려운 3기 이상 환자의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호전시켜 인공관절수술의 예방 또는 지연 효과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치료제 개발사는 이 같은 임상시험과 품질 자료 등을 식약처에 제출했으며 2021년 8월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단 1회 주사 방식의 지방 유래 줄기세포치료제가 승인될 경우 세계 최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해 9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논의에서 폼목 허가를 신청한 적응증 기준(관절기능 개선 및 통증 감소) 외에 줄기세포치료제로서 구조 개선(연골재생), 다른 치료제 대비 해당 제품의 우월성 판단 등 5가지 자료의 추가 제출을 요구하며 승인 결정을 미뤄왔다. 식약처는 다음 달 24일까지 품목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개발사에 밝힌 상태다. 개발사는 추가 자료를 모두 제출했으며 지난달 말 2차 중앙약심이 열렸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좌장을 맡은 유명철 교수는 “3단계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적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신약에 대해 1년 7개월의 심사 기간은 이례적으로 길다는 느낌”이라며 “중앙약심 논의에서도 치료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대체로 인정한 걸로 들었는데, 계속 결정이 지연되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클라스의 최정현 변호사도 “약사법 규정에 근거해 보면 임상시험결과 등을 통해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되고 제품의 품질이 인정되는 경우 식약처장은 원칙적으로 품목 허가를 내줘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사법에는 허가 요건만 존재하고 허가를 제한하는 예외사유에 대한 명시적 근거는 없다. 이 경우 대법원 판례에서도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등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에서 정한 요건 이외 사유로 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의 법리적 견해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법무법인 클라스의 최정현 변호사. 이한결 기자

토종 줄기세포기술 일본 원정치료 “언제까지?”
1년 반 넘게 새로운 줄기세포치료제의 판매 승인이 지연되자 신속한 사용을 기다려온 환자들의 안타까움은 더해지고 있다.
대한노인회 김상규 사무총장은 “새 줄기세포치료제가 임상3상까지 가면서 효과 있는 걸로 나타났고 안전성 문제도 없다고 하는데, 허가에서 왜 지지부진한가. 인간 생명과 관련되니 식약처가 엄격히 하는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수백만 고통받는 사람이 내팽개쳐지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속히 치료제가 허가돼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고통과 현실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대한노인회 김상규 사무총장. 이한결 기자

일본의 경우 2015년 재생의료추진법이 시행되면서 줄기세포 치료가 의약품 뿐 아니라 의료기관내에서 의료 시술로도 허가돼 있다. 반면 한국은 2020년 8월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이 시행됐으나 줄기세포 시술은 중증·난치질환을 위한 임상연구(국가 지원 하에 무료)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약품의 경우 10~1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판매 허가를 받아야 환자 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제약 때문에 국내 환자들이 한국의 토종 기술로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일본으로 ‘원정 치료’를 가는 현상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트리니티클리닉 양창희 원장은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의 일본 적용 사례’ 발표에서 “2015년부터 2곳의 클리닉에서 한국 환자들이 모두 2만4000건의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코로나로 주춤했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늘고 있다”면서 “2015년 11월~2022년 11월 시행된 한국인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치료 2557건 자료 분석 결과 79.3%에서 효과있는 것으로 나왔고 위해(危害)사항은 통증·부종 등 26건이었다”고 밝혔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의 일본 적용 사례 관련 발표하고 있는 후쿠오카트리니티클리닉 양창희 원장. 이한결 기자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한국인은 수 만명에 달한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우리의 줄기세포 기술인데, 일본까지 건너가서 돈 보태주는 의료 정책이 도대체 어찌된 것인가. 국내에서 주사맞으면 되는데, 여행 경비와 치료비까지 1000만원 넘는 헛돈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소했다.

경쟁력있는 줄기세포치료제, 세계시장 선점해야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혁신적 바이오의약품의 지속 개발과 신속한 허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외국을 나가보면 K팝(대중가요) K뷰티(화장품) K푸드(한식) 등 다양한 분야서 한류가 인기를 끌며 수출도 잘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을 실감한다”면서 “그런데 유독 K바이오만큼은 맥을 못추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을 만나면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적 수준인데, 규제에 발목잡혀 뒤처진다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최우선 추진하는 과제가 규제 혁신인데, 바이오산업 규제도 과감히 풀어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줄기세포 기술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부 나라에선 줄기세포 치료를 의료 시술로 보지만 한국은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임상시험서 식약처 승인까지 통상 10년서 15년까지 걸리는 등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아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임상3상까지 성공해 품목 허가 신청했다면 국민 건강을 위해 조속히 승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 정부가 2027년까지 K바이오 육성에 25조원을 투자한다는데, 투자도 좋지만 규제를 푸는 것이야 말로 정부 예산 한푼 안 들이고 기업 지원하는 것이고 산업을 육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장준식 전 서울식품의약품안전청장도 “지난달 24일 정부가 3차제약·바이오산업 육성 5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성공적으로 그 결실을 이끌어내려면 식약처의 허가 심사 업무가 시의적절하고 혁신적으로 운영돼야 신약 개발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장 전 청장은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새 줄기세포 치료제의 연구개발이 2005년부터 시작돼 2023년까지 18년 세월이 지났다. 개발에 16년이었고 식약처 심사 기간이 19개월째 접어들었다. 이 시점에 사회적 약자인 관절염 환자나 노인 모두가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차제에 식약처장이 이같은 환자와 국민의 여망,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철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당국에 잘 전달되길 바라고 학술적으로는 효과있다는 근거가 나왔는데, 이제 남은 건 정책 결정이다. 아울러 우리 줄기세포 치료 기술이 세계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축사하는 강훈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한결 기자
축사하고 있는 김미애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의원. 이한결 기자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김재환 김동규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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