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후위기, 미래가 위태롭다” 美대법관의 마지막 판결 [이슈&탐사]

마이클 윌슨 전 하와이주 대법관이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는 이달 만 70세를 맞아 하와이 헌법에 따라 정년퇴임했다. 이경원 기자

마이클 윌슨 전 미 하와이주 대법관이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현재의 기후위기는 유일무이한 긴급 상황이며, 이로 인해 침해되는 젊은이와 미래세대의 기본권 폭은 과거 노예제와 아동노동으로 침해되던 권리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국면 전 세계 법원의 역할을 ‘미래세대 기본권 보호’라 규정하고 “판단을 지연해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유례 없는 불의에의 동참’”이라고 말했다.

윌슨 전 대법관은 지난달 13일 하와이주 대법원이 벌목·소각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납품해 온 바이오에너지 발전소 ‘후 호누아’에 대한 전력구매계약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을 때 보충의견을 남긴 이다. 그는 “지구 온도가 1.1도 상승한 지금도 이미 재앙적”이라며 “(파리협정에서의 지구 온도 상승 목표치인) 1.5도는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못 된다”고 했다. 그는 대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이하(현재 419ppm)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는 이 보충의견이 파리협정 목표마저 부족하다고 평가한 세계 최초의 판시이며, 기후위기의 핵심을 인권 문제로 보고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윌슨 전 대법관은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보충의견은 내 마지막 판결이었고 1개월간 집필했다”며 “특별히 혁신적인 글이 아니라 지구 온도 상승이라는 현실을 인식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충의견의 결론에 “우리는 유일무이한 기후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우리 아이들과 미래세대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적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문제가 있으면 구제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윌슨 전 대법관은 “기후위기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이들의 범위는 역사상 가장 넓다. 사실상 젊은이와 미래세대 전체가 아니냐”며 “특정 인종, 특정 계층, 특정 사안의 피해자가 문제됐던 과거 사건들보다 피해가 훨씬 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노예 제도가 합헌이었고, 1954년 ‘브라운 판결’ 이전에는 피부색에 따라 서로 다른 학교에 다녀야 했으며, 산업화 시대에는 아동노동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예를 들었다. 판결로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지나고 나면 피해를 구제한 판결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후 호누아는 친환경 기업을 표방했지만 지역사회에서 끊임없이 온실가스 배출로 문제 제기를 받았다. 하와이 공공사업위원회(PUC)가 지난해 6월 후 호누아의 전기회사 납품계약을 취소하자 후 호누아는 “PUC가 과거 계약을 두 차례 승인했었다”며 하와이주 대법원에 직접 항소했다. 하와이주에는 PUC 결정에 불복이 있을 때 하급심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이 단심 판단하는 제도가 입법돼 있다. 하와이주 대법원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어제 좋았던 일도 오늘 용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대법관 5인 전원일치로 항소를 기각했다.

지역 환경단체 ‘라이프 오브 더 랜드’의 최고책임자 헨리 커티스는 국민일보에 “하와이에서는 해수면 상승, 홍수 등 모든 종류의 기후위기가 감지된다”며 “대법원은 이 위험성을 잘 인식했다”고 말했다. 미 사법부는 법관의 사건 관련 발언을 금지하지만 윌슨 전 대법관은 이달 만 70세를 맞아 하와이 헌법에 따라 정년퇴임했다. 윌슨 전 대법관은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판사의 의무”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이슈&탐사팀 이경원 이택현 정진영 김지훈 기자 issue@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