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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가상자산 법제화 급물살… ‘투자자 보호’ 첫걸음

가상자산법, 정무위 소위 통과
검찰, 루나 ‘증권성’ 있다고 판단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무법지대였던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제정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기소하며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26일 정치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을 의결했다. 이번 가상자산법은 그동안 국회 계류 중이던 가상자산 규율체계 관련 18개 법안 중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관련 핵심 내용을 추려 담은 1단계 입법이다. 국회는 향후 국제기준에 맞춰 가상자산 발생과 공시 등에 관한 2단계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법안은 특금법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됐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는 디지털 형태의 법화이므로 가상자산에서 제외했다.

이번 법 제정은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법안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의 매매와 중개, 영업행위와 관련한 예치금을 사업자 고유재산과 분리해 예치·신탁하도록 했다. 이용자 자산을 보관할 경우 이용자의 주소, 성명, 가상자산 종류 및 수량, 전자지갑주소 등을 기재한 명부를 작성·비치하도록 했고, 사업자의 자기 소유 가상자산과 이용자의 가상자산은 분리 보관하도록 했다.

사업자는 이용자 가상자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핫월렛은 온라인에 연결된 가상화폐 지갑으로 보안 수준이 낮은 반면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차단된 가상화폐 지갑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이달 초 국내 주요 코인마켓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지닥은 핫월렛에서 해킹이 발생해 182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도난당한 바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엔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어졌다.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되면 금융위원회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상당 내지 5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부당이득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마련됐다. 법안은 또 증권 성격의 가상자산에 대해서 자본시장법을 우선 적용키로 했다.

같은 날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신씨를 불구속 기소하며 루나 코인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루나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석, 미국 증권위원회(SEC)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점 등을 들어 이같은 논리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자본시장법이 적용된 선례가 없는 데다 법원 역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왔다는 점에서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건은 증권성 판단 기준 정립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내놓은 토큰 증권 유통·발행 가이드라인만으로 증권성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당국은 실증 사례가 쌓여야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이달 말 나올 국제 송금용 가상자산 ‘리플’ 운영 업체인 리플 랩스와 SEC 간 소송전 결과가 가상자산의 증권성 유무 판단에 있어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권법이 제정되고 증권성 판단 기준이 마련되면 강남 납치 살해 사건 등 가상자산 관련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EC와 리플의 소송 결과, 루나의 증권성 인정 여부에 따라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퓨리에버 발행사 등도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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