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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에 ‘인간꽃’ 만들어 등원시키지 마세요” [사연뉴스]

“대왕카네이션은 예쁜 쓰레기…아이는 엄마한테나 선물”
“정말로 인간꽃이 선생님에게 힐링된다고 생각하나”
“좋아하는 척하는 것도 감정 노동”

게티이미지뱅크.

스승의날이 되면 학부모들은 선생님들께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특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들은 1분1초도 방심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선생님의 노고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최근 ‘대왕 카네이션’ ‘인간 카네이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한 전직 보육교사가 이런 선물들이 전혀 감동적이지 않을뿐더러 ‘예쁜 쓰레기’라고 언급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습니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승의날에 인간꽃 만들어서 등원시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글쓴이 A씨는 본인에 대해 보육교사로 2년 일을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3개월 전에 그만둔 20대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최근 스승의날을 앞두고 친구 6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갈등이 있었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A씨에 따르면 해당 단톡방에는 유부녀 친구가 두 명 있었습니다. 그중 한 친구가 스승의날 선생님 이벤트라며 ‘선생님 선물은 저예요’라고 적힌 카네이션 머리띠를 쓴 본인의 아이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 친구는 대왕 카네이션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해당 대화를 보던 A씨는 친구들이 보낸 사진에 답변했습니다. A씨는 “아이를 좋아하는 선생님이라면 감동이지만 나 같은 선생님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면서 “아이는 엄마한테나 선물이지 선생님한테는 선물이 되지 않고, 좋아해 주는 척도 노동 강요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왕 카네이션은 어차피 예쁜 쓰레기이니 스승의날에 관해 설명을 해주고, 이날은 말썽 피우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일러주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카네이션 같은 선물보다 학부모가 선생님께 아이를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는 게 더 보람되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본인의 발언으로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부러 무겁지 않게 더 농담처럼 과하게 얘기한 것이 잘못이지만 저 같은 선생님도 있다”면서 “저는 단칼에 관뒀지만 생계를 위해 적성에 안 맞아도 일하는 동기들이 몇몇 있어서 욕먹지 말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A씨는 아이가 집에 갈 때 ‘선생님 안아드려’ ‘윙크해드려’ 등을 시키는 학부모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런 행위를 당하면 좋은 척하는 게 끔찍할 만큼 싫었고, 이 일화는 친구들도 알고 있다”며 “관두게 된 스토리는 많지만 학부모한테 질려버린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는 글을 마치며 “정말로 다들 카네이션 인간 화환과 인간꽃이 선생님에게 힐링과 이벤트가 된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해당 사연에 일부 누리꾼은 A씨의 반응이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일년에 한 번뿐인 이벤트인데 저렇게 정색하면서 싫어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저 정도로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보육교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 ‘요새 김영란법 때문에 물질적인 선물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저렇게 하는 건데 그거를 혐오한다는 식으로 말하니 친구들이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다’ ‘과격한 어투를 보니 부모에 대한 증오가 아이에게도 옮겨 간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A씨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나도 학원 선생님이지만 아이는 학부모한테만 귀엽다. 귀여움을 남한테 강요하지 말라’ ‘어버이날에 저렇게 할 때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 그것만 진짜 감정이다’ ‘본인 생일에 남의 아이가 인간꽃 만들어오면 진심으로 행복해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봐라’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텐데요.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과 그 마음을 받는 사람 간 입장 차이가 이런 갈등을 일으키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보육교사로 일했던 A씨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친구들은 서로의 오해를 풀고 화해할 수 있을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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