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몽마르트’ ‘12사도길’… 전국 ‘순례길’로 잇다

사단법인 한국순례길 출범, 전국의 선교 역사문화지 발굴
선교사가 세운 병원의 기독의료진 중심으로 이사진 꾸려
전국 세 개 지부 설립

전남 신안군 증도면 기점도·소악도에 있는 12사도의 집 중 하나인 '베드로의 집'. 국민일보dB

대구 중구에는 ‘몽마르트르’로 불리는 청라언덕이 있다. 가곡 ‘동무 생각’의 무대인 이곳에는 계명대와 함께 선교사 주택 3채가 모여 있다. 120여년 전 대구에 자리 잡은 미국 선교사들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미국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이 배출한 선교사 등은 복음 전도와 의료선교, 교육을 통해 대구 근대 문화의 초석을 놓았다. 아이비리그 상징인 아이비 넝쿨나무를 가장 먼저 심고 각 건물을 붉은벽돌로 쌓으며 청교도 정신을 이어갔다.

대구 '몽마르트르'로 불리는 청라언덕. 한국순례길 제공

강원도 고성군은 국내 첫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하는 등 결핵 치료와 퇴치에 앞장선 셔우드 홀(1893~1991) 선교사 가족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1893년 서울에서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 홀, 어머니인 로제타 셔우드 홀 선교사 부부 사이에 태어난 그는 1928년 ‘결핵 환자의 위생학교’라는 이름의 결핵 요양소를 세웠다. 1938년 고성에 ‘화진포의 성’을 건립해 선교사 휴양소로 활용했다.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의 성. 한국순례길 제공

전남 순천에는 미국 남장로회 의료사인 존 알렉산더의 후원으로 1916년 개원한 현대식 종합병원인 ‘안력산병원’이 있다. 전남 목포에도 선교기지가 있다. 1897년 미국 유진 벨 선교사가 목포 선교부를 설립한 후 의료선교사인 오언과 스트레퍼가 목포에 도착하면서 양동교회, 정명여학교, 영흥학교, 목포진료소, 브란취병원 등을 세웠다.

전남 신안군 소악도에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착안해 만든 ‘12사도 순례길’이 있다. 종교를 떠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한다.

사단법인 한국순례길이 26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출범식을 마친 뒤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교헤럴드 제공

사단법인 한국순례길(이사장 박상은)은 이들 장소처럼 한국 전역에 있는 선교 역사문화의 장소를 찾아 선교사의 삶을 돌아보고 한국 교육과 의료 등에 끼친 역사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지부를 두며 자료를 기록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쳐 선교지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순례길은 26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 50주년기념관 지하 소강당에서 출범식을 갖고 기독교 근대문화 유적지를 알리는 사역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한국순례길 상임이사인 임병진 소악교회 목사는 사단법인의 출범 경과를 보고했다. 시작은 2021년 7월 박상은 한국순례길 이사장이 소악도 12사도 순례길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사단법인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됐다. 임 목사는 “130여년 전 외국 선교사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특히 선교사들이 세운 기독교병원 관계자, 기독의료인, 기독 교수들이 주축으로 이사진을 구성해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순례길은 지난 1월 창립총회를 열었고 두 달 뒤인 지난 3월 서울시로부터 법인등록을 했다. 또 강원 목포 대구 등 세 개의 지부를 설립했다.

박상은 한국순례길 이사장. 김아영 기자

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저희가 순례길을 잘 개발해 한국의 지쳐있는 이웃들에게 잘 소개되고 다음세대의 복음 전파에도 중요한 도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9월 한국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리는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순례길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주님과 동행하는 순례길이 되도록 잘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순례길은 배우 임형준·이현경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출범식에 앞서 진행된 감사예배에서 한국순례길 이사인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는 ‘길을 걷게 하시는 하나님’(신 8:2~3)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방랑자는 목적 없이 걸으며 인생을 낭비하지만 순례자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걷는 사람”이라며 “영적인 순례는 주님과 동행하는 축복의 길이다. 전국 순례길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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