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김군, 3년 몸부림쳤는데…교장 “학폭정황 없었다”

충남 천안에서 학폭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고등학교 3학년 김상연군. 오른쪽 사진은 그가 수첩에 직접 남긴 피해 기록들. 김군의 부모는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YTN 보도화면 캡처, 연합뉴스

충남 천안에서 김상연(18)군이 고등학교 3년 동안의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은 ‘학폭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군 유족이 언론에 공개한 김군의 수첩에는 유서와 함께 고등학교 1학년 초부터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 3년간 그가 당한 일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김군의 글에는 자신을 괴롭힌 학생들에게 느낀 분노와 모욕감, 무력감, 좌절감이 스며 있다.

수첩에 묘사된 김군의 학교생활은 ‘학폭 피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는 학교 측 입장과 온도차가 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숨진 고3 김상연군이 수첩에 남긴 학폭 피해 기록. 김군 유족 제공, 연합뉴스

학교 측 주장에 따르면 김군은 입학한 뒤 한 번도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며 학교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연합뉴스는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교장은 “김군 사망 이후 내부적으로 조사를 했지만, 담임교사나 학생부장 등은 학폭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학생이 직접 신고하지 않아도 학폭 상황을 인지하면 반드시 신고하는데, 김군의 학교생활 어디에도 학폭 피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사망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학교 내 상담기구 위 클래스(Wee class)에서 상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교장은 이와 관련해 “세 번 모두 김군 어머니가 담임교사에게 요청해 이뤄진 상담으로, 학업과 진로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김군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데 대해서는 “내부 조사에서 담임교사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고 했다.

학교 측은 오는 31일 학교폭력전담기구 회의를 열어 관련 교사와 학생 등을 불러 진상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숨진 고3 김상연군이 수첩에 남긴 학폭 피해 기록. 김군 유족 제공, 연합뉴스

그러나 김군이 직접 남긴 수첩을 보면 김군은 고교 진학 직후부터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내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수첩 내용에 따르면 김군이 지목한 주 가해자는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A군이었다. 김군은 A군에 대해 ‘악마 같은 XX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괴롭힌 만큼 돌려받았으면 좋겠어. 아니, 몇 배로…’라고 적었다.

2학년 2학기가 되자 따돌림과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A군과 친한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김군에 대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옷을 계속 입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따돌렸고, 특정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다 봤다고 하자 그마저도 트집 잡아 놀려댔다.

3학년이 된 뒤 김군은 담임교사와 상담 중 용기를 내 따돌림 이야기를 꺼내고 연관된 학생들을 지목했다. 담임은 다른 학생들 상담을 모두 마친 뒤 김군을 다시 부르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숨진 고3 김상연군이 수첩에 남긴 학폭 피해 기록. 김군 유족 제공, 연합뉴스

김군은 수첩 말미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따돌림받은 시간이 매우 김. 우울증과 불면증 약을 받으려 했지만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심해질까 받지 않음’이라고 썼다.

따돌림이 극심했던 지난해 김군은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김군의 스마트폰에서는 지난해 9월 3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죽습니다. 또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두려워서 그냥 포기합니다. 폐 끼친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빠 속 썩여서 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김군은 끝내 세상을 등졌다. 그는 지난 11일 오후 7시15분쯤 천안시 동남구 자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40여분 뒤 숨졌다. 김군이 숨진 다음 날인 지난 12일 김군 부모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수첩에 명시돼 있는 학생 7명과 3학년 담임교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달 말부터 김군이 어머니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자, 부모는 이달 4일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폭이 없었다’고만 하며 아이 상담도 제대로 하지 않고 1주일간 손을 놓고 있었다고 부모는 성토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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