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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채한도 타결… ‘협치’ VS ‘굴복’ 극과 극 평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 최종 합의에 성공하며 관련 법안이 의회로 향했다. 민주당 내 반란표가 예상되지만, 공화당 찬성표가 이를 희석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돼 다음 달 1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낙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합의를 놓고 초당파적 협상을 추구하는 평소 소신이 드러났다는 분석과 공화당의 인질극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부채한도 인상 합의 최종 타결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매카시 의장과 이야기를 나눴고, 전체 의회에 상정할 준비가 됐다는 초당적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번 합의는 재앙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협을 없애고, 어렵게 얻은 역사적인 경제 회복을 보호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타협이며,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이는 통치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와 민주당이 오랫동안 싸워 온 우선순위와 성과, 가치를 보호한다”며 “처음부터 분명히 밝혔든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은 초당적인 합의”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과 하원이 합의안을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부채한도 인상 합의는 초당파적 협력(bipartisanship)을 추구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강화하지만, 당내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대가를 치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우선순위 중 일부를 희생하더라도 초당적 방식을 매우 강하게 신뢰하고 있다”며 “법안 통과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도로, 교량, 공항, 통신 등 인프라 확충에 1조 달러를 지원하는 기반시설법이나 28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지원법 등을 공화당 협조를 구해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깊게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내년 재선을 시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선명성 투쟁에 나서기를 원하는 당내 진보 세력과 상충한다. NYT는 “많은 좌파 정치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매카시 의장의 인질 전략에 굴복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매카시 의장과의 최종 합의에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이나 인슐린 가격 낮추기 등의 바이든표 정책이 담기지 못했다.

민주당 의회 진보 모임 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백악관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우려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드스탬프 등 저소득층 지원프로그램 요건 강화 내용에 대해서는 “완전히 끔찍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지난 4월 단독으로 하원을 통과시킨 ‘제한, 절약, 성장하는 법(Limit, Save, Grow Act)’ 내용을 축소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공화당 법안은 재량지출 규모를 2022년 수준으로 10년간 동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양측은 2024년까지 2년간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2024 회계연도 지출은 동결하고, 2025년에는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하는 상한을 두기로 했다.

NYT는 “의회 예산국은 공화당 법안이 10년간 3조2000억 달러의 재량 지출을 삭감할 것으로 추정했다”며 “자체 분석결과 이번 합의로 삭감되는 금액은 6500억 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소법(IRS), 학자금 대출 탕감 등 핵심 정책을 지켜낸 것도 성과로 꼽힌다.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핵심 우선순위와 지난 2년간 이룬 역사적 경제 진전을 성공적으로 지켜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나오지만, 매카시 의장은 법안 통과를 자신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95% 이상 공화당 의원들이 협상 결과에 고무돼 있다”며 “우리는 마침내 처음으로 정부 지출을 삭감했다. 표결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소파에서 빈둥거리는 사람들을 위해 중국에서 돈을 빌리는 대신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준 것”이라며 “결국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더 강해지고 중국에 덜 의존적으로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하원 운영위에 포진한 강경파가 법안 발목을 잡을 우려도 제기했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의장 선출 과정에서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운영위에 토마스 매시, 랠프 노먼, 칩 로이 의원 등 강경파 의원 등을 포함했다.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운영위를 먼저 거쳐야 하는데 이때 반란표가 많이 나오면 상정 자체가 어렵다. 현재 운영위는 공화당 소속 9명과 민주당 소속 4명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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