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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일부터 이벤트합니다’ 스벅, 한밤 직원 통보 논란

스타벅스, 28~31일 비소식에 ‘배달비 2000원 인하’ 이벤트 진행
매장 직원들에 전날 밤 기습공지해 논란…블라인드 등서 불만 토로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뉴시스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번 연휴 기간 ‘우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매장 직원들에게 행사 시작 몇 시간 전에야 급하게 공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갑작스런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급히 준비에 나섰지만, 행사일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27일 밤 9시47분 ‘우천 이벤트 시행’이라는 제목의 공지글을 회사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벤트 기간(28~31일) 동안 배달 주문 고객 배달비를 기존 3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해당 글에는 최근 이용 내용이 없는 골드회원에게 아메리카노 ‘원 플러스 원’(1+1) 쿠폰을 28일부터 29일까지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스타벅스는 이벤트 시행 배경에 대해 직원들에게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된 이번 주말과 공휴일 마케팅 활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 때문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평소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달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끌어 올려보자는 취지다.

스타벅스는 그러면서 “늦은 시간 긴급하게 공지를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말 그대로 ‘긴급한 공지’는 행사 시작 직전에 이뤄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전국 딜리버스(배달) 288개 매장 직원들은 행사 당일인 28일 부랴부랴 준비를 했지만, 곳곳에서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연휴 기간 많은 비가 예보돼 평소보다 출근 인원을 줄인 곳들이 많았고, 음료 배달에 필요한 아이스팩 등 소모품도 미리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빚은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직원 A씨는 “일주일 전부터 비가 온다고 해 28일 출근 인원을 평소보다 한 명 뺐다”면서 “그런데 평소와 비교해 배달 매출이 두 배가 넘었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이벤트 탓에 고객 서비스 질에도 영향이 있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A씨는 “배달 음료를 만드느라 매장 손님들은 잘 챙기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배달 관련 불만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이를 처리하다가 정작 매장 고객 등 다른 부분에 대해선 신경을 잘 못 쓴다”고 말했다.

딜리버스 매장 직원들은 실제 이벤트 시작일인 28일 배달 매출 주문이 평소 대비 최소 두 배에서 세 배 높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라푸치노 등 제조가 까다로운 음료와 음식 주문이 몰려 대응이 더욱 어려웠다고 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회사가 또 대책 없이 이벤트를 강행했다”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직원은 “매장 문을 열자마자 쉬지 않고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며 “배달 주문에 매장을 찾은 고객까지 겹치면서 만들어야 하는 음료 수가 40잔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배달 소모품을 당장 입고해 달라”며 “아이스팩과 쇼핑백 등 일주일 넘게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을 하루에 다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리 발주라도 넣을 수 있게 며칠 전에 (행사 사실을) 고지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따졌다.

한 직원은 “이번 공지는 사람 대 사람으로 정말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고 회사를 비판했다.

스타벅스 측은 “이번 이벤트는 여러 마케팅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에 테스트 형식으로 이틀에서 나흘 정도 진행해보고 향후 진행 방향을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공지가 너무 늦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달 이벤트로, 파트너(매장 직원들)에게 가급적 부담을 주지 않는 마케팅을 기획한 것이었지만, 공지가 늦어져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 혼란과 우려를 드려 죄송하다”면서 “앞으로는 사전에 충분히 교감을 한 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 직원들이 회사의 마케팅에 피로감을 호소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직원들은 과거 스타벅스의 ‘다회용 컵 무료 제공 행사’ 등 이벤트에 항의하면서 2021년 10월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에 나선 바도 있다. 송호섭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신실한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며 “정형화된 프로모션 개선, 채용 탄력성 확보, 조직 개편을 통한 소통 채널 강화를 병행해 나갈 방침”이라며 사과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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