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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술탄’ 에르도안 30년 종신집권 길 열었다

튀르키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치러진 28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앙카라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치열한 접전 끝에 재선에 성공하며 최장 30년에 달하는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기반을 확보했다.

2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 결과 99.85% 개표 기준 정의개발당(AKP) 소속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6%, 6개 야당 단일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47.84%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8년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8년까지 집권하게 됐다. 개정 헌법에 따라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당선되면 추가 5년 재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의 집권 기간은 2003년 총리로 시작해 2033년까지 최장 30년으로 연장될 수 있어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었다. 튀르키예는 최근 수년간 경제 위기로 인해 물가가 치솟았으며,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하락했다. 5만여명이 사망한 지난 2월 대지진 이후 정부 대응과 피해를 키운 부실한 건축 허가 등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초 지난 14일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기도 했다.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29일(현지시간) 앙카라 대통령궁 앞에서 한 지지자가 어깨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미지가 새겨진 깃발을 두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한 데는 민족주의와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민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거 환경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성됐다”고도 부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천연가스를 무료로 배포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을 발표했다. 국영 방송사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선거 방송만 편파적으로 송출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향후 ‘제왕적 대통령제’와 지역 패권 추구 외교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를 거쳐 2017년 개정된 헌법은 대통령에게 부통령 및 법관 임명권, 의회 해산권,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까지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기간 권력을 강화하면서 시민사회와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튀르키예 6개 야당 연합의 단일 대선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인민공화당(CHP) 대표가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 조기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분열된 튀르키예 여론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8일 저녁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연설을 하며 “튀르키예가 오늘 유일한 승자”라며 “8500만 국민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바이 바이 케말(Bye, bye, Kemal)”이라며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패배를 조롱하고, 수감된 쿠르드족 지도자 및 야당의 친 LGBT 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의 국민 통합에 대한 요구는 설득력을 잃은 모습이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명시적으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번 선거에 대해 “최근 몇 년간 가장 불공정한 선거”라면서도 “이번 선거에서는 모든 압력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정권을 바꾸려는 국민의 의지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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