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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만의 귀환… ‘한국전 영웅’ 美 스토리 상병, 영면


“루터 스토리 상병은 자신의 생명을 바쳐 전우들을 살린 사랑을 보여줬다. 우리는 모두 스토리 상병처럼 국가를 충실히 섬긴 모든 사람에게 빚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 스토리 상병(당시 일병)이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기념식이 열린 29일(현지시간) 고향인 조지아주 아메리쿠스 인근 앤더슨빌 국립묘지에 73년 만에 안장됐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위로했던 유족 주디 웨이드 여사의 삼촌이다.

조지아주 방위군 부관참모인 토마스 코튼 소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스토리 상병은 퇴각하는 전우들을 살리기 위해 다친 몸으로 끝까지 남아 싸웠다”며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번영하는 국가로 남기 위해 존중하고 지켜야 할 유산”이라고 밝혔다. 또 “그의 유해가 발견되고 신원이 확인돼 귀환하기까지 73년이 걸렸다. 오늘은 미국이 결코 우리의 영웅을 잊지 않는다는 것으로 실제로 보여주는 날”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스토리 상병은 돈을 벌기 위해 나이를 속여 16살 군에 입대했다. 1950년 미군 2사단 제9보병연대 1대대 알파 중대에 배속돼 한국전에 투입됐다. 그의 부대는 그해 9월 1일 경남 창녕 낙동강 아곡리 인근 방어선 전투 도중 북한군 3개 사단에 포위당해 공격받고 있었다. 미군은 필사의 탈출 작전을 시행했고, 스토리 상병(당시 일병)은 적의 진입을 늦춰 동료의 탈출을 돕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중대장이 퇴각 명령을 내릴 때에도 스토리 상병은 도로로 돌진해 북한군과 탄약을 실은 트럭에 수류탄을 던졌다. 그는 부상을 입었지만, 기관총을 들고 끝까지 싸웠다고 한다.

스토리 상병의 훈장 기록에는 “자신의 부상이 동료들의 탈출해 지장을 줄 것을 깨닫고, 군의 철수를 방어하기 위해 전방에 남았다”고 적혔다. 한 전우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사용 가능한 모든 무기를 발사했고, 또 다른 적의 공격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그의 전공을 기려 이듬해 부친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그러나 스토리 상병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19살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6일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APP)이 6·25전사자 유해 감식과정에서 과거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신원 미상’ 유해 1구가 스토리 상병의 것으로 확인했다. 전사한 지 72년 8개월 만이다.

스토리 상병의 공적은 지난달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전 전사자 신원확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널리 알려져 지역사회 관심이 쏟아졌다. 지역매체인 WALB 방송은 이날 안장식에 수십 대의 경찰 차량이 그의 운구를 호위했고, 많은 사람이 운구 행렬을 보기 위해 거리에 줄을 섰다고 전했다. CNN, 폭스뉴스 등 외신도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웨이드 여사 등 유족 인터뷰와 함께 스토리 상병의 이야기를 자세히 보도했다.

스토리 상병 유해 귀환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환영했다고 한다. 스토리 상병은 그의 부친을 따라 목화밭 소작농으로 일했는데, 해당 지역이 카터 전 대통령 아버지가 소유한 곳이었다. 지미 카터 국립역사공원 관리자인 질 스투키는 “스토리 상병 이야기를 카터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때 그의 얼굴에 큰 미소가 떠올랐다”며 “그는 영웅이 집으로 온다는 것을 알고 매우 흥분했다”고 전했다.

웨이드 여사는 이날 안장식에서 “그가 돌아와 우리와 함께하게 돼 기쁘다. 모두를 위한 애국적인 이야기가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의 귀환을 도운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 기념식 연설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의 불길 속에서 영원히 맺은 유대로부터 구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힘을 봐왔다”며 “또 동맹들과 나란히 평화를 지키면서 한반도에서 여전히 보초를 서고 있는 군을 통해 그것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필요하다면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치렀던 대가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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