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디즈니·픽사 ‘엘리멘탈’…한국계 이민자의 손으로 그린 다양성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사는 엘리멘트 시티 배경

한국계 피터 손 감독 “부모님의 모습과 이민자 출신 경험 반영”

영화 '엘리멘탈' 스틸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물과 불은 함께할 수 없어.”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이 넘치는 앰버는 엘리멘트 시티의 파이어타운에서 아버지의 가게 운영을 돕고 있다. 엘리멘트 시티는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사는 도시다. 고향을 떠나 이 곳에 정착한 앰버의 부모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딸에게 가게를 물려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누수를 점검하다 앰버네 가게 수도관으로 빨려들어온 시청 공무원 웨이드는 물처럼 투명한 감성을 지닌 유쾌한 남자다.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와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앰버는 지금껏 믿어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웨이드는 사랑에도 인생에도 모험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앰버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렵다.

영화 '엘리멘탈' 스틸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민자 세계와 다양성을 그린 영화 ‘엘리멘탈’이 개봉한다. 영화는 ‘굿다이노’(2016)를 만든 디즈니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의 작품이다. 피터 손 감독은 고국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며 삶을 일군 부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화를 연출했다. 엘리멘트 시티에서 다양한 원소들은 서로를 배척하기도 하고, 이해하며 돕기도 한다.

3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피터 손 감독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작품을 만들었다. 두 분으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며 “영화 제작 중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지만 한국에 있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 '엘리멘탈' 스틸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는 아름다운 빛과 색채를 사용해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다른 원소들은 일렁이는 불길 때문에 앰버를 피하기도 하지만 앰버는 모래를 사용해 유리 공예를 하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 웨이드는 불에 가까이 가면 끓고 증발해버리는 약점이 있지만 어느 곳에든 스며들 수 있고 어떤 빛이든 투영할 수 있다.

피터 손 감독은 어떻게 ‘엘리멘탈’의 주인공으로 물과 불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 그는 “학교 다닐 때 화학 시간에 주기율표를 보면서 한칸 한칸이 아파트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영화를 만들면서는 과학적인 지식보다도 어떻게 하면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지, 여러 문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원소들의 움직임 등 시각적 효과를 통해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엘리멘탈' 스틸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피터 손 감독의 경험이 녹아있다. 그는 “파이어타운은 이민자 구역이다. 뉴욕에서 자랄 때 한국, 이탈리아 등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살았는데 민족 공동체들이 어떤 부분에서 잘 섞였지만 어떤 부분에선 그렇지 못했다”며 “파이어타운을 구상할 때 특정 문화를 묘사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겪은 혐오와 차별은 물론 싫었지만, 날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며 “웨이드는 물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울의 역할을 한다. 앰버도 웨이드의 관계를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엘리멘탈’은 지난 27일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돼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개봉은 다음달 14일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