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한국 수출, ‘반도체·중국’에 무너지는 중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에 다소 줄었던 무역적자가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 추락의 뿌리는 ‘반도체’ ‘중국’에 뻗어 있다. ‘수출 효자’였던 반도체 부진은 길어지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반사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한다. 중국 베트남 등의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세계 시장으로 침투하고 있어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장기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무역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별 수출 증가율도 지난 2월 -7.6%에서 3월 -13.6%, 4월 -14.3%, 5월(1~20일) -16.1%로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정만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달까지 점차 줄어들던 무역적자가 이달에 다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억 달러 적자였던 무역수지는 이달(1~20일)에 43억 달러 적자로 덩치를 불렸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는 295억 달러에 이른다.


수출 감소는 품목으로 반도체·석유화학 제품, 대상국으로 중국 베트남에서 두드러졌다. 무역협회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각각 1.0%, 64.9%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반도체와 석유화학은 이달(1~20일)에 -35.5%, -33.0%로 고꾸라졌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1~4월에 전년 동기 대비 40.3% 감소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4%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15% 아래로 내려가기는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대(對)중국, 대베트남 수출의 성적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에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한 대중 수출은 올해 1~4월 -29.0%, 이달(1~20일) -23.4%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7.5% 증가했던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올해 1~4월 -26.3%, 이달 -15.7%를 기록했다.


무역협회는 수출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2017년 이후 5년간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국내 설비투자는 줄고, 대신 해외투자가 크게 늘면서 수출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투자 대비 국내 제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2018년 2.3배였지만, 2021년 6.2배로 폭증했다. 외국인투자 유입이 늘면서 지난해 4분기에 3.6배로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유입 투자보다 해외 유출 투자가 월등히 많다.

무역협회는 연구·개발(R&D)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유연성 제고 등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정 부회장은 “경쟁국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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