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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없는 쌈박질’에 2년 공들인 간호법 결국 폐기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재표결 끝에 부결된 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방청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에서 부결 후 폐기되면서 여야가 ‘중재자’ 역할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의 정치적 이익만 노리다가, 의료계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야의 중재 노력 부재 속에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여야는 2021년 3월 간호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5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2월까지 계류되면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철저한 당리당략의 결과물이었다.

복지위에서는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였고, 법사위에서는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라 여당이 온몸으로 막았다.

이에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월 9일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간호법 제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갈등을 빚었다. 여야는 뒤늦게 중재를 시도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간호법 제정안 1조의 ‘지역사회’ 문구를 두고 의사협회와 간호협회가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준다고 반발했고, 간호협회는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요양·방문간호 등 돌봄 개념을 간호업무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의료계 갈등에 속수무책이었다. 오히려 정쟁 수위만 높아졌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며 으름장을 놨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협회를 찾아 공약한 사안이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회부 이후 두 달 뒤인 지난달 11일 법안 이름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고치고 ‘지역사회’ 문구를 빼는 등의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간호협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도 ‘원안 상정’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달 27일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고, 윤 대통령은 예고했던 대로 지난 16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는 상대방에게 ‘부결 책임’을 돌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간호법 관련 협상에 한 번도 적극적으로 임한 적이 없고, 중재안에 대한 답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민주당 대변인은 30일 간호법 제정안이 폐기된 이후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이 원하던 대로 간호법이 부결됐다”고 쏘아붙였다.

여야가 후속 입법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지난 2년간의 논의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협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이나 간호협회 입장이 금방 바뀔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을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의 본질은 갈등 조정과 타협인데, 여야는 각각 ‘거부권 행사’와 ‘의석수로 밀어붙이기’라는 ‘강대강’ 대결을 택한 것”이라며 “결국 피해는 간호사를 포함한 국민들만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신용일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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