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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아끼고 미래 성장엔진 찾고… 산업계, ‘사내벤처’에 빠지다


산업계가 앞다퉈 사내벤처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기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워지자 회사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육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내벤처가 성공할 경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M&A(인수·합병)를 위해 대규모 비용을 치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또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유리하다는 점도 기업들이 사내벤처에 집중하는 이유로 꼽힌다.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금성사 창업 당시의 도전·혁신 정신을 계승할 사내벤처 발굴·육성에 나섰다. 다음 달 1일부터 23일까지 사내벤처 프로그램 ‘스튜디오341’의 지원자를 모집한다. ‘스튜디오341’은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처음 설립된 부산시 부산진구 연지동 341번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LG전자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국내 임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AI, 스마트 홈,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최종적으로 5팀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업에서 떨어져 별도의 사외 사무실에서 사내벤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스핀오프를 결정한 팀에는 LG전자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팀당 최대 4억원의 창업 자금을 공동으로 지원한다.

삼성의 ‘C랩 인사이드’도 적극적으로 사내벤처를 육성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창업 지원을 위해 C랩 프로그램을 2012년 말 도입했다. 창의적인 끼와 열정이 있는 임직원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C랩 과제에 참여하는 삼성 임직원들도 1년 동안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1600여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에 ‘벤처플라자’를 출범해 임직원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 왔다. 2021년에는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름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바꾸고 지원 범위를 자동차 외 분야로까지 넓혔다. 선발된 사내벤처는 최대 3억원의 개발비용을 지원받고, 1년 동안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를 진행한다.

기업들이 사내벤처 육성에 집중하는 것은 경기 불황을 타개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기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신사업 영역을 발굴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성장성이 돋보이는 사내벤처의 경우 기업이 정식 사업으로 내재화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낼 수도 있다. 분사를 통해 기업이 정식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산업 영역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용이하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들의 도전의식을 키울 수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까지 연결해보는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큰 비용을 들여서도 실패하는 ‘기업 혁신’이 사내벤처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기도 한다. 기업으로서는 적은 비용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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