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남국’ 막지 못하는 ‘김남국 방지법’의 아이러니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김남국 방지법’(공직자 윤리법 개정안·국회법 개정안)이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고위공직자 등록재산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고, 거래내역을 신고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벌칙 조항이 빠져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는 코인을 금융범죄처럼 단죄하는 규제법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이 의혹인가
‘코인 상납’, ‘잡코인 투자’. 김 의원 코인투자 논란에서 흔히 등장하는 키워드다. 게임업계로부터 입법관련 로비 대가로 코인을 무상으로 받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코인에 투자한 걸로 미뤄볼 때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업계는 이에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우선 김 의원이 지난해 초 80만개를 보유했다고 알려진 위믹스 코인은 국내 대형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다. 마브렉스, 비트토렌트 역시 대형사가 만들었다. ‘에어드랍’ 형태로 다량의 코인을 무상지급 받았다는 점도 로비와 연결시키기 힘들다고 본다. 에어드랍은 코인거래소나 발행사가 무료 이벤트성으로 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공짜성 마케팅이라 주로 소량을 취급한다. 증권업식으로 비유하자면 ‘1주 증정 이벤트’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김남국 의원이 투자를 실패한 대목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된 클레이페이 코인에 30억원 어치 ‘과감한 투자’를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유통량의 10% 물량을 한 번에 사들인 것이다. 유통량이 적은 신상 코인을 급하게, 많이 사느라 김 의원이 기록한 손실률만 50%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자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1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평생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업계로부터 정보를 얻을 기회조차 없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왜 증권성 판단이 중요할까
문제는 김 의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처벌할 길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과 함께 자본시장법에서 엄정하게 처벌하는 대표적인 시장교란 행위로 꼽힌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상 증권 범주에 코인은 없다. 코인이 증권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중 어느 한 가지의 속성을 따라야 한다.

관건은 코인의 증권성 입증 여부다. ‘코인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을 위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코인의 증권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검찰은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코인 위믹스의 증권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인의 증권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주식처럼 회사 가치가 반영되는 투자형 코인이라기보단 단순 시세차익을 꾀하는 전매차익형 코인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국내 코인거래소들은 코인을 상장할 때 발행사가 로펌으로부터 ‘해당 코인은 증권성을 띠지 않는다’란 법률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라면서 “위믹스 역시 증권성을 띠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김남국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한결 기자

규율 공백, 더는 방관 말아야
‘김남국 의원 코인논란’이 뜨거워지는 사이 관련 입법은 이제서야 겨우 걸음마를 떼고 있다. ‘김남국 방지법’은 국회법 개정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뼈대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는 본인, 배우자뿐만 아니라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가상자산 소유현황과 거래내역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된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등록하고, 주식과 부동산처럼 거래 내역을 신고하는 게 골자다. 개정 취지에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 기준 19조원에 이르고 있는데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에 코인이 빠져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개정안은 김남국 코인 투자 의혹이 불거진 지 약 20일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됐지만 정작 벌칙 조항이 빠져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소급적용이 안 되고 6개월 뒤에서야 시행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가상자산 거래내역도 올해 1월 1일 이후의 거래만 신고하게 돼 있다. 김 의원의 지난 2년 반 동안의 거래내역이 물음표로 남게 된단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법 시행 전에 가상자산을 처분하면, 매년 말 기준으로 진행되는 2024년 정기재산변동신고에서 등록할 가상자산은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시행 전 처분 가상자산 주식의 등록이 어려워진다”라고 지적했다.

코인을 금융범죄처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안’은 지난달 25일 정무위 법안소위를 겨우 통과했다. 해당 법안엔 코인 거래과정 중 미공개정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실제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인의 증권성이 인정돼도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시장교란행위 등은 처벌 불가능하다”라면서 “코인은 코인대로, 증권은 증권대로 보고 가상자산법 틀 안에서 코인투자 부작용을 다뤄야한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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