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야구대표팀 일부 선수가 대회 전날과 당일 도쿄 룸살롱에서 음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O는 의혹이 불거지고 나서야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는데, 지목된 선수 3명은 대회 기간 여성 종업원이 술시중을 드는 ‘스낵바’(유흥주점의 일종)에서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본선 1라운드 장소인 도쿄로 이동한 3월 7일과 경기가 없는 휴식일(3월 11일) 전날인 10일 오후에 술을 마셨다고 세 선수는 주장했다.

다시 말해 한국 대표팀의 WBC 성적을 좌우할 경기로 첫손에 꼽힌 호주전(3월 9일)과 일본전(3월 10일) 전날인 3월 8일, 3월 9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KBO 사무국은 세 선수의 소속 구단에 경위서를, 세 구단을 포함한 9개 구단(당시 대표팀을 배출 못 한 한화 이글스 제외)에 사실확인서 제출을 요청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KBO 사무국은 먼저 경위서를 확인한 결과, 세 선수가 술집을 출입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경기 전날 술을 마신 것은 부인했다고 밝혔다.

KBO 사무국에 따르면 세 선수는 대회 기간 일본 도쿄 모처의 스낵바를 출입했다.

스낵바는 일본에서 보편적인 주점의 형태 중 하나로, 통상 여성 종업원이 남성 고객의 말동무를 하며 술시중을 드는 업소로 알려져 있다.

유흥종사자로 분류되는 접객원을 뒀다는 점에서 국내 분류상 유흥주점이라 볼 수 있다.

KBO 사무국은 또 사실확인서 확인 결과, 세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25명(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인 김하성과 토미 현수 에드먼은 제외)은 대회 공식 기간인 3월 13일 중국전까지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다만 선수들의 주장일 뿐이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KBO 사무국은 경위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조사위원회를 가동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30일 유튜브 채널 ‘세이엔터’의 폭로가 발단이 됐다.

이 채널은 “WBC에 출전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지난 3월 본선 1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 아카사카에서 밤새 음주를 했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는 이어 “일부 투수가 첫 경기인 3월 9일 호주전 전날 밤부터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일본전이 열린 10일 밤에도 다음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음주 의혹에 연루된 이들은 수도권팀에서 뛰는 국내 정상급 투수 A와 다른 수도권팀에 속한 A의 고교 후배 B, 지방 구단의 마무리 투수 C 등이다.

술자리 장소로는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한 고급 룸살롱이 지목됐다.


파문이 일자 KBO는 31일 “WBC 국가대표 선수들의 심야 음주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전 허구연 총재, 류대환 사무총장과 관련 부서 담당자가 모인 긴급회의를 열었다”며 “그 결과 각 선수에게 경위서를 받고 그에 따른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해 후속 대처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O는 또 해당 선수들이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음주 관련 처벌 조항은 없지만 ‘대표팀 소집 기간 국가대표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13조 3항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후 KBO는 각 구단으로부터 경위서와 사실확인서를 제출받은 상황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3월 WBC 본선 1라운드에서 2승 2패로 B조 3위에 그쳐 조기 탈락했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전에서 7-8로 졌고, 한 수 위인 일본을 상대로는 4-13으로 대패했다.

이후 대회 최약체로 꼽힌 체코와 중국을 꺾었지만,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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