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꺼져!’ 철퇴 휘두르는 유럽, 한국은 ‘뭉그적’

언론재단, 유럽 가짜뉴스 대응 정책 분석 보고서

수년전부터 가짜뉴스 제재 법제화한 유럽
법 38건 발의됐지만 대부분 계류 중인 韓
언론재단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 센터 운영


최근 인공지능(AI)이 만든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 폭발 사진이 증시를 출렁이게 하는 등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상에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본격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1일 펴낸 ‘유럽의 가짜뉴스 대응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을 시행하면서 적극적으로 정책 대응에 나섰다. 2015~2016년부터 난민 유입에 따른 인종혐오적 정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된 허위조작정보가 SNS에 확산하면서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나선 것.

유럽에서 가장 먼저 가짜뉴스·허위정보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건 독일이다. 독일은 이용자 200만명 이상의 SNS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정보와 혐오 발언, 모욕, 아동 포르노나 나치 범죄 부정을 담은 콘텐츠나 댓글을 24시간 이내에 삭제하도록 의무화하는 ‘네트워크집행법’을 2017년 제정,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선거 3개월 전부터 투표일까지 법원이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정보 게시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정보조작대처법’을 2018년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최민재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은 “법 제정 당시 프랑스에서도 ‘허위정보’의 정의가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허위정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민주주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 기구나 후보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온라인 정보 유포에 대해 법원에 요구하면 판사가 48시간 이내에 조치해야 한다.

유럽 각국의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법적 규제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제도적 조치가 이어졌다. EU는 2018년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플랫폼기업이 가짜뉴스에 대해 자율규제에 나서도록 하는 실천강령을 마련한 데 이어 2020년부터 유해 콘텐츠를 플랫폼 기업들이 검열하도록 의무화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온라인상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방치할 경우 전체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DSA 규정 위반이 반복될 경우 유럽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언론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최근 5년새 ‘가짜뉴스’를 키워드로 올라온 국내 54개 신문·방송사의 기사는 무려 2만8619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총 38건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중이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언론재단은 이달 초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열었다.

다만 가짜뉴스에 대한 제재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이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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