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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스마트계량기 사업 ‘지지부진’…30조 적자 완화 골든타임 놓쳤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건물 외벽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뉴시스

한국전력공사가 스마트계량기(AMI) 사업에 착수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전국 AMI 보급율은 목표치의 절반 가량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MI는 실시간 전기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로, 전력 낭비를 줄이는 해법으로 거론된다. 한전이 AMI 보급을 서둘렀다면 현재 30조원이 넘는 적자 일부를 완화할 수 있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1236만 가구에 AMI가 보급됐다. 보급율은 기존 목표치(2250만 가구)의 54%에 불과한 상황이다.

AMI는 전력시스템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연동해 실시간 혹은 시간대별로 에너지 사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다. 검침원이 직접 돌며 확인해야 하는 기존 계량기와 달리, 우리집 전기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손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스스로 조절하게 된다. 한전도 소비자의 전기 이용 패턴에 맞춘 요금제 도입으로 전력 누수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한전은 2010년부터 10년 간 약 1조3000억원을 들여 전국 2250만 가구에 AMI 도입을 완료하고, 이를 통해 얻은 가구별 전기 사용량을 바탕으로 요금제를 개편할 계획이었다. 계절·시간대별(TOU) 요금제도 그 중 하나로 거론됐다.

TOU 요금제는 계절을 봄·가을, 여름, 겨울 3개로 나누고 시간대를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등 3개로 분류해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시간에 맞춰 소비자 스스로 전기를 합리적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TOU 요금제가 본격화되면 소비자는 부과되는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고, 덩달아 전력 누수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의 AMI 보안성 검토 요청, 통신망 구축사업 지연 등으로 AMI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13년엔 통신(PLC) 특허소송까지 벌어졌다. 각종 오류로 약 64만대의 AMI가 리콜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결국 한전은 사업 완료 시점을 2020년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해 계획을 수정했다는 게 한전 측 주장이다. 그러나 1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놓고 한전이 준비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전은 내년까지 약 1000만 가구에 대한 AMI 설치를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설치 비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구당 AMI 설치 비용은 4만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결국 최소 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2000억원을 이미 집행했고, 2000억원을 더 지출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한전은 2015년(11조3467억원)과 2016년(12조16억원)에 10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때는 수천억원을 AMI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전은 30조원을 웃도는 적자를 안고 있다.

한전은 적자와 별개로 AMI 투자에는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오는 2026년까지 25조원 이상의 재무개선 자구책을 발표한 한전이 수천억원을 들여 AMI 보급 사업을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한전 AMI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측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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