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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의 중국 견제에도…“디커플링은 없다”는 CEO들

테슬라·JP모건·스타벅스 등 美기업인 줄줄이 중국행
中, 정경분리 기조 속 환대
백악관 “경제적 경쟁 관리하는 데 도움될지 지켜봐야”

2020년 1월 이후 3년여 만에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30일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미국 JP모건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미국 주요 기업인들이 줄줄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디커플링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황 CEO가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대만 이민자 출신으로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황 CEO는 중국의 대표 정보통신(IT) 기업인 텐센트와 바이트 댄스, 전기차 업체인 리샹과 비야디 등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전 세계 시장에 90% 이상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로 GPU 반도체 ‘A100’을 중국에 팔지 못하게 되자 성능을 규정에 맞게 낮춘 ‘H800’을 공급해왔다. 황 CEO는 전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 박람회에 참석해 “(미국) 규제가 어떻든 우리는 절대적으로 준수하겠지만 중국은 그 기회를 활용해 자국 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중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GPU 스타트업이 있고 중국이 쏟아부은 자원이 꽤 많아 얕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이후 3년여 만에 중국을 찾은 머스크 CEO는 지난 30일 베이징에서 글로벌 배터리 업체 CATL의 쩡위췬 회장을 만났다.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전기차 전문 매체 아레나EV는 머스크 CEO가 CATL과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짓는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의 일부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공급 받아 쓰고 있는데 배터리가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다만 앞서 포드자동차가 CATL와 손잡고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미 의회에선 “중국 회사가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됐다”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머스크 CEO는 30, 31일 이틀 동안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 등 현직 장관 3명을 만나는 파격 대접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는 머스크 CEO가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샴쌍둥이처럼 나눌 수 없으며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하이로 이동해 테슬라 현지 공장 ‘기가팩토리’를 방문했고 천지인 상하이 당서기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다이먼 회장도 31일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글로벌 차이나 서밋 행사를 계기로 한 인터뷰에서 “시간이 갈수록 (미·중) 무역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디커플링은 되지 않을 것이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도 최근 상하이를 방문해 현재 6000여개인 중국 매장을 2025년까지 9000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기조에 배치되는 기업인들의 행보는 미·중 갈등으로 대중 투자에 위험이 따르겠지만 인구 14억의 거대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의 잇단 방중에 대해 “이번 방문이 경제적 경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정경 분리 대응 기조 속에서 미국 기업인들을 환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외 개방 의지를 강조하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올해 초부터 글로벌 CEO들의 중국 방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은 미국 주도의 일방주의, 패권주의에 대한 강력한 반격”이라며 “중국 경제의 펜더멘털과 회복력, 공급망, 노동력 등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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