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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인권보호 vs 진실발견 저해


수사기관에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 판사가 사전에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앞두고 법원과 검찰이 대립했다.

법원 측은 통제를 적절히 강화해 국민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검찰 측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나선 장재원(46·사법연수원 36기) 부장판사는 “전자정보 압수수색으로 인한 시민의 사생활 침해 위험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문제의식이 크다”며 “현행 제도 아래서 영장 청구와 관련해 의문이 있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더라도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거나 청구를 기각하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문혁(43·36기) 부장검사는 “사전심문 제도가 사생활 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인지 수사 실무자 입장에서 의구심이 든다”며 “별다른 실익 없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이념의 근본만 흔드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색을 하기 전에는 어떤 압수물에 어떤 범죄의 증거가 남겨져 있을지 알 수 없다. 사전 심문을 한다고 압수 대상을 더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제보자 등을 불러 심문했을 때 수사 기밀이 노출될 수 있고 ‘속도전’이 중요한 수사가 지연돼 증거 인멸 우려를 높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수사기관 또는 기관이 대동하는 관계인을 심문하는 것으로 운영하면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또 사전 심문이 필요한 사건이 많지 않은 데다 지연 정도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토론자의 견해도 갈렸다. 발제를 맡은 조기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세기 말 지하 창고에 숨겨 놓은 밀주를 압수수색하는 것을 염두에 둔 규정으로는 21세기 광범위하고 민감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을 법치국가적으로 대응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박경호(60·19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제도의 도입으로 형평성 시비, 증거인멸 우려는 커지지만 영장 발부율이 감소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자칫 법원의 수사기관화와 중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형사소송규칙(대법원규칙) 개정안을 올해 2월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압수수색을 받는 피의자의 의견진술권 등 참여권을 강화하고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내용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당초 이달 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하려 했지만 검찰·학계 등의 우려가 이어지자 추가로 의견을 수렴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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