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태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아시아 남성 성악가 최초

결선 진출 12명 중 최연소…한국, 지난해 첼로 최하영 이어 2년 연속 대회 석권

한국 성악가 김태한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진행된 성악 부문 결선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공식 페이스북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 성악가 김태한(22·바리톤)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한은 4일(현지시간) 새벽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진행된 성악 부문 결선 결과 1위로 호명됐다. 1988년 이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가 우승한 것은 김태한이 처음이다. 한국은 첼로 부문으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한 최하영에 이어 2년 연속 대회를 석권하게 됐다.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음대에 재학 중인 김태한은 나건용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2000년 8월생으로 이번 대회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이자 지난해 9월 독주회에 갓 데뷔한 신인이다. 그는 2021년 국내에서 개최된 한국성악콩쿠르,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는 스페인 비냐스·독일 슈팀멘·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등 3개 국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차츰 해외로 무대를 넓혔다. 이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김태한은 2만5000 유로(약 3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다양한 콘서트 기회를 얻게 됐다.

김태한(바리톤)이 4일(현지시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시상식에서 1위 호명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김태한의 오른쪽 뒷편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소프라노 조수미가 박수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영상 갈무리-연합뉴스

총 12명이 진출한 이번 대회 결선 무대는 지난 1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사흘에 나눠 진행됐다. 결선 진출자는 최소 3곡에서 6곡을 부르고, 두 가지 이상 언어 및 오페라 아리아 1곡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전날 무대에 오른 김태한은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콜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베르디 ‘돈 카를로’ 아리아를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불어 버전으로 소화해 주목받았다. 벨기에가 불어권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을 고려한 탁월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김태한은 콩쿠르에 앞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묻는 질문에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클래식 비평가 마르틴느 메르제는 “김태한의 목소리는 웅장하고 풍부하여 멜로디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며 “보기 드문 우아함과 권위를 가진 그의 연주는 아름답게 절제돼 감동을 전달한다”고 평했다.

벨기에 왕실이 주관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힌다. 1937년 창설됐으며, 매년 피아노·첼로·성악·바이올린 부문 순으로 돌아가며 개최된다. 2000년 작곡 부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외됐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조은화(작곡·2008년), 전민재(작곡·2009년), 홍혜란(성악·2011년), 황수미(성악·2014년), 임지영(바이올린·2015년), 최하영(첼로·2022년) 등 6명이 있다. 올해 대회의 경우 본선 무대부터 한국인 참가자가 최다를 차지하며 초반부터 현지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가 올해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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