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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잘못 적어내 서류도 못 받고 끝난 소송… 대법 “다시 재판”

대법원, 원심 파기 사건 돌려보내


법원에 거주지를 잘못 적어 냈다가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패소가 확정될 뻔한 소송 당사자가 대법원에서 구제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유치권을 두고 다투는 소송의 상고심에서 피고 A씨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한 농업회사법인 기계설비에 투자한 뒤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기로 했으나 지켜지지 않자 업체 소유 부동산에 대한 결매 절차에서 유치권을 신고했다. 해당 업체의 근저당권 등을 양도받은 B싸는 2021년 A씨를 상대로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인 B사 소장에 기재된 A씨 주소지로 소송 서류를 보냈다. 하지만 서류는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았고, A씨는 직접 우체국을 찾아 서류를 수령했다. 이후 A씨가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모든 소송 서류는 변호사에게 전달됐다. 1심 재판 결과는 A씨 패소였다.

A씨는 항소했는데 변호인은 항소장에 또 A씨 주소지를 잘못 적어냈다. 항소장 제출 후 A씨는 변호사 없이 항소심에 임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석명준비명령, 1차 변론기일 통지서, 2차 변론기일 통지서 등 서류를 보냈지만 잘못된 주소 탓에 A씨에게는 단 한번도 서류가 송달되지 못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송 관련 서류는 소송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게 원칙이고 동거인 등이 대신 받아줄 수 있다. 이조차 불가능할 경우 등기 우편을 통해 발송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생활 근거지가 되는 주소 등 소송 서류를 받아 볼 가능성이 있는 적접한 송달장소’로 보내야 한다.

2심 재판부는 민사소송법 규정대로 등기 우편을 보냈음에도 A씨가 계속 법정에 나오지 않자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고 소송을 종결했다. A씨는 뒤늦게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다시 한번 재판 받을 기회를 줬다. 이 사건 주소지가 A씨의 생활 근거지로서 소송 서류를 받아 볼 가능성이 있는 적법한 장소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소송 후 문제의 주소지로 보내진 서류가 단 한번도 A씨에게 송달되지 않은 점, 1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투자약정 계약서에는 A씨 주소가 다른 곳으로 기재된 점 등을 들어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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