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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버린 디젤 엔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경유차 처음 제쳤다


지난달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경유차를 앞질렀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불과 5년 전만해도 경유차가 8배 이상 많이 팔렸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경유차가 빠른 속도로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규 등록 차량(14만9541대) 중 하이브리드차는 2만7863대다. 경유차는 이보다 965대 적은 2만6898대다. 하이브리드차가 경유차를 제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판매량도 2016년 6만2000대, 2017년 8만4000대, 2018년 9만3000대, 2019년 10만4000대, 2020년 17만3000대, 2021년 18만6000대, 지난해 21만1000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선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이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딜로이트그룹이 발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에서도 한국인의 하이브리드차 선호도(40%)가 전기차(17%)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유차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경유차 판매량은 2017년 82만1000대에 달했지만 5년이 지난 지난해에 35만1000대로 반토막에도 못 미쳤다. 전체 등록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4.8%에서 20.8%로 쪼그라들었다.


소비자의 경유차 외면은 경유 연료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2015년 9월 독일 폭스바겐이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낮게 조작한 ‘디젤 게이트’ 이후 경유차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다. 휘발유보다 저렴한 유지비가 장점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 지난해 6월에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경유차 출시를 줄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11월 이후 모든 세단의 경유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친환경 전환 속도가 빠른 유럽에선 경유차가 전기차보다도 덜 팔렸다. 2019년만 하더라도 경유차 판매량(479만8390대)이 전기차(36만164대)보다 13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럽 30개국 경유차 판매량은 55만391대로 전기차(55만9733대)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점 엄격해지는 자동차 환경규제를 경유차는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신차가 판매되는 경향에 따라 사실상 경유차가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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