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장애 동생 수면제 먹여 하천 유기했는데 ‘살인 무죄’

‘구리 왕숙천’ 사건
살인 대신 유기치사죄 유죄로 인정
징역 10년형 항소심 확정

'구리 왕숙천' 사건은 지난 2월 1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방송화면 캡처

장애인 동생에게 술과 수면제까지 먹인 뒤 하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의 살인 혐의가 최종 무죄로 결론 났다. 직접 물에 빠뜨렸다는 증거가 없다는 취지다. 대신 유기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항소심이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모(46)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보고 유기치사 혐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살인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는데, 대법원이 2심의 판단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구리 왕숙천' 사건은 지난 2월 1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방송화면 캡처

이씨는 2021년 6월 28일 새벽 지적장애 2급인 동생(당시 38세)을 경기도 구리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오후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동생에게 위스키를 권해 마시게 했고, 범행 직전에 수면제까지 먹였다. 그러고는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신고를 했다.

검찰은 이씨가 상속 문제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부모의 상속재산 34억여원을 분할하는 문제를 두고 동생 후견인인 숙부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동생을 살해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도 이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에서 살인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다. 이씨가 고의로 동생을 살해했는지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동생이 졸린 상태로 현장을 배회하다가 실족해 빠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이씨가 동생을 직접 물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유기치사죄가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동생을 두고 갈 경우 강물에 빠질 수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동생이 사망했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 결과에 대해 검사와 이씨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런 항소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