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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포기 동물인수제’ 본격 시행…‘유기 부추긴다’ 비판도

서울펫쇼를 찾은 시민들이 반려견과 즐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이른바 ‘사육포기 동물인수제’ 본격 시행에 나섰다. 동물인수제란 반려인이 불가피한 사유로 사육을 포기한 반려동물을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 관리하는 제도다. 정부는 유기동물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를 기대하고 있지만 인수제가 오히려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7일부터 인수제를 도입했다. 인수제 시행 근거를 담은 개정 동물보호법 시행에 따른 것이다. 인수제는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하고자 하는 소유자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면 지자체 유기동물센터가 해당 동물을 인수한 뒤 보호하면서 입양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유실동물 포함)은 11만2226마리에 달했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유기·유실 동물은 2017년 10만 마리를 넘긴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반려인구가 1000만명을 넘기면서 유기 동물도 덩달아 늘고 있는 것이다. 유기 동물을 관리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동물인수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영국, 미국, 일본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수제는 2012년 ‘서울시 2020 동물복지계획’과 2014년 ‘농식품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도 추진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서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반려인이 동물인수제를 신청하려면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농식품부가 마련한 동물인수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개월 이상의 장기입원 또는 요양, 병역 복무, 태풍·수해·지진 등으로 인한 주택 파손·유실이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보호시설에 입소할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등록이 이뤄지지 않은 반려동물의 경우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양육환경이 불량한 데도 반려인이 입양과 인수를 반복하거나 동물 학대가 이뤄진 정황이 발견되면 인수제를 신청할 수 없다. 지자체의 현장 조사를 통과한 동물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인수제 조건을 까다롭게 한 것은 무분별한 유기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제가 오히려 유기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돈만 내면 유기가 합법화, 제도화 되느냐는 비판이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인수제가 본격화되면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는 동물 인수라는 새로운 업무를 떠맡게 됐는데, 아직 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인력 충원이나 인수제 시행에 따른 교육이 미흡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수제의 경우 현장 방문이나 출장이 필수인데, 인원 부족으로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농식품부 가이드라인을 각 구청에 공지했지만 따로 실적 등은 집계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각종 동물보호센터도 사실상 포화상태인데, 추가적으로 동물을 인수하려면 충분한 준비 기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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