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김봄소리 “바둑과 음악은 자신을 숨길 수가 없어요”

19일 로테르담 필하모닉 내한콘서트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
‘콩쿠르 사냥꾼’에서 전 세계 러브콜 받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자리매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 Kyutai Shim

“바이올린은 나 자신도 모르는 나의 내면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솔직한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는 한편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죠.”

김봄소리(34)는 요즘 세계 클래식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소프라노 박혜상에 이어 2021년 세 번째로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은 한국 아티스트인 그는 최근 뉴욕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몬트리올 심포니,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등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 무대를 가졌으며 빈 무지크페라인 골든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홀,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홀, 베를린 필하모니, 뉴욕 카네기홀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였다. 오는 19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네덜란드의 명문 악단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김봄소리는 5일 서면 인터뷰에서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예술적 선구안이 뛰어난 악단이다. 역대 지휘자를 보면 젊은 시절의 발레리 게르기예프, 야니크 네제 세겡 그리고 지금의 라하브 샤니 등 젊은 지휘자의 가능성을 보고 발탁한 뒤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음악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면서 “라하브 샤니가 지휘하는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때 그 시너지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브람스가 작곡한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브람스가 베토벤을 향한 동경을 담아 작곡한 이 곡은 브람스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과 견고한 구성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김봄소리는 2013년 독일 ARD 국제 콩쿠르 결선에서 이 곡을 연주해 찬사를 받은 이후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 있다. 그는 “ARD 콩쿠르 결선은 브람스의 구조적인 음악을 어떤 사운드와 방식으로 연주하는지 깊이 알게 된 무대였다. 그때부터 브람스의 음악에 더 빠지게 됐다”며 “10년 전과 지금의 연주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동안 새로 배우고 연주했던 브람스의 작품들과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내 안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의미를 정립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지휘자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호흡하며 배웠던 경험들도 10년 전과 다른 연주를 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5살 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공연을 보고 바이올린을 시작한 김봄소리에게는 한때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ARD 국제 음악 콩쿠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비에냐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 수많은 해외 콩쿠르에서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콩쿠르 사냥꾼은 세계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며 고군분투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별명이다. 그때의 간절하지만 무지했던 열정이 생각나 초심을 떠올리게 된다”면서 “연주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콩쿠르 도전은 단시간 내에 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훈련과 무대 경험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잠시지만 연주자의 삶을 체험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하브 샤니가 지휘하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Guido Pijper

김봄소리가 바쁜 스케줄 속에서 컨디션 관리를 위해 틈날 때마다 하는 것은 운동이다. 수영, 필라테스, PT 등이 투어 연주자에게 필수적인 ‘빠른 회복력’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한때 바이올린 못지않게 열정을 쏟았던 바둑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 8살 때부터 기원에 다닌 그는 대학 시절 바둑 동아리로 활동했고 서울대-도쿄대의 바둑 교류전에 출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바둑은 제게 큰 즐거움이었어요. 바이올린 연습도 안 하고 바둑만 두기도 했었어요. 요즘엔 실제 바둑은 거의 두지 못하고 기보 정도만 보고 있는데, 기력이 거의 죽은 것 같아서 아쉬워요. 이창호 기사가 전성기때 보여준 무겁고 끈질긴 스타일의 기풍을 좋아하는데, 바둑과 음악이 비슷한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둑 한판을 보면 바둑 기사의 기풍(碁風)과 성격, 그리고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고 하잖아요. 음악 역시 작곡가의 작품이나 연주자의 음반을 들으면 그 삶이나 성격을 알 수 있어요. 바둑이나 음악 모두 자신을 숨기거나 위장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김봄소리는 앞으로도 바쁜 스케줄 때문에 실제로 바둑을 두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는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 BBC 프롬스와 LA 할리우드 보울, 파리 오케스트라에 데뷔한다. 또 DG에서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지휘 파비오 루이지)과 녹음한 칼 닐센 바이올린 협주곡도 발매된다. 그는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봄소리’는 가장 고통스러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당당하면서도 힘찬, 그리고 희망에 가득 찬 소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추구하는 음악의 소리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봄의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