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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르는 시멘트값, 아파트 준공·입주 더 밀리나


시멘트업계가 공급가격 추가 인상에 나서면서 2차 ‘레미콘 파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잇단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현장 안팎에서 대립이 반복되며 신규 아파트 착공 감소부터 입주 및 재개발·재건축사업 지연까지 주택 공급 전반에 차질이 예상된다.

A건설사 관계자는 5일 “안 그래도 지난해 공사비가 올라 난리인데 시멘트값을 또 올린대서 분위기가 매우 안 좋다”며 “건설 주요 자재가 레미콘(콘크리트 반죽)인데 그 주원료인 시멘트 가격이 올라가면 실제 공사비는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을 올린다고 바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그동안 계속 올려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원가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공사비가 올라가는 형국인데 그걸 발주처에서 더 받아줄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그걸 협의하는 과정도 힘들어서 진통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최근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와 성신양회는 레미콘업계에 콘크리크 제조에 사용되는 1종 벌크 시멘트 가격을 약 14%씩 올리겠다고 잇달아 통보했다. 한일·아세아·삼표시멘트 등 다른 주요 업체들은 “당장은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쌍용C&E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나면 결국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 업계는 지난해 유연탄 가격 상승과 환율 인상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시멘트 공급가를 34% 올렸다.

이들로부터 시멘트를 받아 건설사에 콘크리트로 납품하는 레미콘업체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국 중소레미콘업체들이 동시 파업에 돌입하며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건설 공사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건설현장은 지금까지도 그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멘트 파동으로 레미콘 공급이 현장에서 필요한 수준의 50%까지 감소했다가 이제 좀 회복해서 80%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수급이 아직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비가 오르더라도 건설사가 이를 분양가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B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올라간다고 분양가를 바로바로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재개발·재건축사업 같은 경우엔 공사비가 올라가면 조합과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고 했다. 그는 “조합은 ‘시공사를 다시 찾겠다’고 하기도 한다”며 “시공사 입장에선 그 가격에 공사하면 손해를 보니 ‘나도 못하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실제 올해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단인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공사비를 3.3㎡당 507만원에서 619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자 지난달 2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600만원 이내로 맞춰줄 수 있는 시공사를 물색 중이지만 선뜻 나서는 건설사가 없는 상태다.

공사비 인상분 만큼 집값을 올리는 건 건설사로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최근 고분양가 지적을 받은 단지는 청약에서 예외없이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졌다는 의미다. A사 관계자는 “앞으로 올라가는 공사비는 향후 분양하는 사업에 반영한다 치더라도 시장이 올라간 분양가를 받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요즘 시장이 반등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이게 ‘찐반등’인지는 내년에 가봐야 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값이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연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추진한 지난해 8월에는 t당 평균 1만2000원인 당시 인상폭이 아파트 분양가의 0.1%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이 다른 자재비까지 동반 상승을 유발하며 공사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 A사 관계자는 “지금 시멘트 가격 인상 명분이 전기료 인상인데 철근을 뽑아낼 때도 전기가 많이 쓰인다”며 “시멘트 가격을 올리면 철근업계도 같은 이유로 납품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그런 식으로 시멘트, 레미콘, 철근 가격이 올랐다”며 “그 3개 자재 인상으로만 원가가 30%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시멘트값 추가 인상으로 또다시 수급 문제가 터지면 가장 먼저 위태로워지는 건 중소건설사다. 대형 건설사는 레미콘업체들이 기존에 보유한 물량을 공급받으며 2~3주는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콘트리트 타설이 필요한 곳은 작업을 미루는 식으로 공정 순서를 조정하면 조금 더 견딜 수 있다. 보통은 그러는 동안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 간 협상이 끝나 수급이 풀리는데 이때도 물량은 대형사에 우선적으로 돌아간다.

D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레미콘업체들은 작은 건설사들부터 물량을 끊는다”며 “대형사는 레미콘업체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할 때까지는 공급을 받는다”고 전했다. 다만 사태 장기화에는 ‘장사’가 없다. 그는 “작업이 한 번씩 밀리면 꼭 고속도로에서 차가 밀리듯이 그렇게 밀린다”며 “대형사도 이게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제때 준공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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