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단독] 인허가 리스크에도 ‘가스전 개발’ 지원한 무보, 결국 철회 조건 검토

보증 연장 당시 ‘프로젝트 구조 변화 시 조기 실효 가능’ 조건
호주 기후법 통과로 수익성 저하 우려


시추가 중단된 호주 해상 가스전 ‘바로사-칼디타(바로사 가스전)’ 사업 관련해 지난 1월 3300만 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연장해준 무역보험공사(무보)가 금융보증 조기 실효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각종 인허가 획득 난항에 이어 지난 3월 통과된 호주의 새 기후법 영향으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공적금융기관의 리스크 검토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보는 지난 3월 호주 정부의 새 기후법 ‘세이프가드 매커니즘’ 채택에 따라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수익성 변화와 조기 실효 조건 충족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서부 티위섬 인근 해역에서 추진 중인 36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이다. 국내에선 SK그룹의 에너지 기업인 SK E&S가 주요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무보,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기관은 2021년 이후 이 사업에 총 1조원 이상 규모의 공적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금융지원을 1년 연장했던 무보는 ‘조기 실효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사업주는 세이프가드 매커니즘에 따른 탄소배출량 감축 의무 발생에 따라 프로젝트 수익성 변화 등 내용을 1차 검토 중”이라며 “공사를 포함한 대주단은 사업주의 제시 자료를 바탕으로 독립된 기술·재무 자문사의 추가 검증을 거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원주민 협의 절차 보완을 통한 시추 허가 재취득 여부, 세이프가드 매커니즘 도입에 따른 수익성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무보가 가스전 사업의 수익성 변화를 따지는 건 금융지원 연장 철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무보는 보증을 연장하면서 ‘향후 환경기준 충족이 불가능하거나 프로젝트 구조 등 기존 승인 조건에 현저한 변화가 있는 경우 조기 실효 가능토록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사업에 중대한 법적,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불과 두 달 뒤 호주 의회가 ‘세이프가드 매커니즘’을 통과시키며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세이프가드 매커니즘은 탄광, 정유소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주요 산업 시설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4.9%씩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특히 신규 가스 사업의 일부 단계에선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사업주들은 CCS 사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연간 400만t에서 160만t으로 줄이면서 얻은 탄소배출권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새 기후법이 적용되면 나머지 탄소 배출량 대부분도 추가로 줄여야 한다. 수익은커녕 추가적인 감축 의무를 부담하게 된 셈이다. 최근 호주 연구기관인 호주연구소는 기후법 통과로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최대 9억8750만 호주 달러(약 8647억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보가 보증을 유지하다가 가스전 사업이 좌초되거나 실제로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할 경우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보의 사업 리스크 검토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무보를 포함한 공적금융기관들은 각종 인허가 및 기후법 리스크가 알려진 상황에서도 금융지원을 강행했다. 투자를 승인하는 회의에서 사업자가 제공한 자료만 검토한 뒤 보증을 결정했다는 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의원은 “해당 사업에 잠재되어 있던 기후 리스크가 실제 재무적 리스크로 현실화된 것”이라며 “해외자원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무분별하게 이루어져 온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개발사업에 대한 지원 심사기준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