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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비만을 고민하는 여학생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게 시작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H는 외모로 인한 고민이 크다. 어려서부터 ‘뚱뚱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놀림을 받아왔다. 복수하는 심정으로 보란 듯이 살을 빼서 보여주리라 하는 마음에 여러 번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뿐이었다. 다시 살이 찌고 요요현상으로 이전보다 체중이 더 늘었다. 창피해서 외출하기 싫어지고, 집에만 있으니 더 우울해졌다.

체중을 조절한다는 다이어트 비법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살을 빼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도하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먼저 살을 빼는 목표를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 두기보다 자신에 대해 더 나은 감정을 느끼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 등과 같은 내면의 가치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먹고 싶은 욕망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슈크림 빵을 먹고 싶을 때 이런 욕구를 ‘나쁜 것’ ‘의지박약의 산물’ 등으로 악마화해서 “슈크림 빵에 대한 갈망을 없애고 이겨내야 해. 그러면 그 갈망이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하고 이 갈망을 없애려고 노력하기 쉽다. 하지만 그럴수록 갈망은 더욱 늘어난다.

대신 갈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보자. 그것과 싸우는 대신에 몇 걸음 물러나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려 보라. 아무거나 이름을, 예를 들어 조약돌이라고 붙일 수도 있다. 싸우지 말고 그저 바라보라. 그런 다음 스스로 다음 질문을 던져 보라. 그 갈망에 모양이 있다면 어떤 모양이겠는가. 색깔이 있다면 무슨 색이겠는가. 크기가 있다면 얼마나 크거나 작겠는가. 물체처럼 단단한가, 아니면 물처럼 흘러가 움직이는가. 그것이 당신 신체의 어디에 있는가. 머리에서 경험하는가. 아니면 배 또는 다른 곳에서 경험하는가. 갈망에 연결된 감정이 있는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받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는가,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을 느끼는가.

손을 뻗어 당신의 식욕을 만질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과 싸우는 대신 갈망에 동정 어린 마음으로 그것의 등을 토닥여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안아줄 수도 있다. 얼마나 관심에 목말라 있는지 알아차려 보자. 그것을 없애려고 싸우지 말고 대신 주머니에 놓고 데리고 다니자. 그러면 갈망은 H를 지배할 수 없다. 그저 주머니 속의 조약돌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망은 사라질 거다.

다음은 생활습관의 변화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가는 곳마다 소량의 운동을 가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급하게 엄청난 걸 요구하면 빠르게 지치고 오래 유지하기 힘들어져 재발을 초래한다. 큰 성공에 대한 욕구는 결국 실패를 낳는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당장 작은 것부터 시행하고 반복해 습관으로 만든다. 하루 중에 할 수 있는 작은 운동을 골라 규칙적인 활동과 연결해라. 작은 습관을 만든다. 만일 이 운동이 너무 작아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그래 맞아’라고 생각을 인정해 주고, ‘그냥’ 운동을 시작한다. 자동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줄을 서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천천히 발끝 들어 올리기를 한다. 시간이 있다면 항상 계단을 이용한다. 등하굣길에도 책을 한 손에 들고 근육에 힘이 빠질 때까지 천천히 삼두근 운동을 한다. 혼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는 스쿼트를 하고 잠들기 전에 한 차례씩 팔굽혀펴기한다. 이런 것들을 의식으로 만들어 습관이 되게 해 본다. 일단 습관이 되면 에너지나 노력이 필요 없이 ‘그냥’ 하게 된다.

너무 많은 생각과 거창한 계획보다는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게 시작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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