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당대표 지시사항…‘후쿠시마 현수막’ 개수 보고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라 서울의 각 지역구 위원회에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현수막 게시 현황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사실이 7일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민주당 서울시당이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김영호 (의원)’ 명의로, 지난 5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각 지역위원회에 보낸 공문을 단독 입수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이 지난 5월 각 지역위원회에 전달한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현수막 현황 관련 공문.

민주당 서울시당은 이 공문에서 “중앙당 공문(홍보국)에 따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수산물 수입반대 범국민서명운동 현수막(33회차)’ 게시 관련 내용을 안내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그러면서 “당 대표 지시사항으로 중앙당 조직국에서 32회차·33회차 현수막 게시 개수도 보고 받을 예정이오니, 각 지역위원회에서는 아래 게시현황 파악 링크에 꼭 게시현황 답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공문에 게시현황 답변을 보낼 온라인 주소를 기재하면서, 6월 7일(수) 오후 3시까지 답변을 남겨줄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현수막 현황 보고 양식에서 각 지역위에 ‘후쿠시마 오염수 현수막’ 게시 수량을 보고할 것을 요청하고,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은 경우 미게시 사유와 함께 향후 게시 계획까지 적을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현수막 문구·디자인의 시안 4가지도 공문에 담았다.

민주당 서울시당이 각 지역위원회에 제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시안.

시안에 기재된 현수막 문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국민이 반대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 5천만이 반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밥상 소금 걱정에 어쩌나’,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 ‘일본이 먼저 써라’고 정부가 말하라” 등이었다.

민주당 경기도당도 경기도 각 지역구의 위원회에 ‘후쿠시마 오염수 현수막’ 게시 현황을 보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오는 7월 예정된 실제 방류까지 국민 정서를 가장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3주 연속으로 오염수 방류 반대를 촉구하는 장외집회에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시민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연대해 집중 부각해야 할 이슈”라면서 “7월에 일본이 실제 방류에 나서면 국민적 반발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 당이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의 ‘일방적 지시’에 서울·경기 일부 의원들과 지역위 관계자들은 반감을 나타냈다.

서울의 초선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지만, 우리 지역은 주민들이 민주당의 강경한 메시지에 반감이 적지 않다”며 “현수막에 방사능 마크까지 그려서 게시하라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위에서는 ‘현수막 현황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하달받은 직후 기존 현수막을 전부 후쿠시마 오염수 현수막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서울시당의 한 지역위 관계자는 “얼마 전에 현충일 관련 현수막을 걸었는데, 느닷없이 ‘후쿠시마 오염수 현수막을 다시 걸라’고 하니 상당히 곤란하다”며 “현수막 하나에 9만원~10만원을 줘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지역위 관계자도 “내년 4월 총선의 공천을 앞두고 점수에 반영되는 부분이라 지도부의 현수막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및 수산물 수입반대 국민서명운동 상황을 점검하고 대국민 홍보활동이 잘 되도록 독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시당이 중앙당과의 의소소통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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