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구청장 계란 맞았다…유족 울분은 외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다 계란을 맞은 모습. SBS 유튜브 캡처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62) 서울 용산구청장이 5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박 구청장은 7일 오후 3시40분쯤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치소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 10여명은 박 구청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경찰과 유가족, 취재진으로 뒤엉킨 인파를 헤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만 전념했다.

그러다 어디선가 날아든 계란이 박 구청장 양복 상의에 적중했다.

몇몇 계란은 박 구청장을 비껴 도로 위에 떨어졌다.

박 구청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던 중 한 유가족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박 구청장에게 달려들었다.

유가족은 박 구청장 몸을 밀치기도 하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분노를 표했다.

일부 유가족은 차로에 누웠다가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그래도 박 구청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권한대행은 박 구청장이 떠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구청장의 행동과 언행에 사죄받고 싶어 왔지만, 또 한 번 우리를 우롱하고 구치소를 도망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산구청장으로의 복귀와 출근을 용납할 수 없다. 내일 용산구청으로 달려가 박 구청장의 출근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석방돼 이동하던 중 한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SBS 유튜브 캡처

박 구청장은 ‘업무 복귀를 바로 하느냐’ ‘증인으로 출석할 구청 직원을 회유할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죄송하다. 성실히 재판에 응하겠다”고만 답한 뒤 차에 올라탔다.

앞서 이태원 참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박 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서약서 제출과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을 보석 조건으로 걸었다.

박 구청장 측에 따르면 보증금은 보석보증보험증권 3000만원, 현금 2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이다.

박 구청장은 향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그의 주거지는 용산구 자택으로 제한되며 구청 출·퇴근은 가능하다.

박 구청장은 그간 정지됐던 직무집행 권한을 이날부로 다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공식적인 업무 복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구청은 지난해 12월 박 구청장이 구속되자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됐고, 그가 기소된 올해 1월부터는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직무대리 체제에서는 인사 결재, 조례안 검토 등 구청 전결 규칙상 구청장 결재가 필요한 중요 사안을 박 구청장이 옥중에서 직접 결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구청장에게 직무집행 권한이 없어 김선수 부구청장이 모든 사무를 처리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12월 26일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그는 검찰 송치 당일인 지난 1월 3일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받다가 지난달 9일 다시 재판부에 보석 신청서를 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 구청장은 지난 2일 보석 심문에서 참사 여파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박 구청장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최 전 과장은 사고 발생 소식을 접하고도 현장 수습을 전혀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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