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0억원대 ‘꿀꺽’… 주식 리딩업체의 손쉬운 사기법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7명 구속
피해자 400여명, 피해액 110억원대
상장 예정 속여 비상장주식 50배 비싸게 팔아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


상장 예정인 주식을 미리 사두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액면가보다 최대 50배 부풀린 가격에 비상장주식을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일당은 주식 리딩업체를 만들어 투자자를 끌어모았는데, 이들이 주식 매수를 추천한 비상장기업의 대표는 바로 리딩업체 대표였다.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수백명의 투자자들을 농락한 것이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주범 A씨 등 7명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이들은 30여명에 이른다. A씨 등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코스닥에 상장되면 200~300%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비상장주식을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은 비상장기업 3곳의 주식을 팔았는데, 1주당 액면가 500원인 주식을 주당 2만~2만5000원에 받고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400여명에 이르고, 일당이 챙긴 금액은 1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리딩업체 대표인 A씨는 리딩비를 받는 것만으로는 큰 돈을 벌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폭 출신인 B씨와 함께 사기 범죄를 기획했다. A씨는 기존의 리딩업체 상호를 유명 경제방송 채널과 유사하게 바꾼 뒤 영업직원을 채용했다. 이들은 A씨가 확보해 둔 고객의 인적 사항을 활용, 불특정 다수를 접촉해 비상장 주식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당이 판매한 주식 중에는 A씨가 대표로 있는 T사도 포함됐다. 이들은 T사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메타버스 기업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해당 미국 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T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기능도 설치했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 기업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구매해 제공한 것일 뿐이었다. 파트너십 계약도 거짓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리딩업체와 이들이 추천한 기업 모두 한통속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사기를 의심한 일부 투자자들이 직접 T사에 연락했지만, A씨는 자신이 T사를 소개한 리딩업체 대표라는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분명히 상장될 것”이라며 T사 주식을 추가 매입하도록 유도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자신이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경찰 연락을 받고 난 뒤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일당은 A씨와 B씨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총책 아래 각각 관리자, 주식 공급책, 본부장, 팀장, 팀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적용했다. 최근까지 이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 중 20억여원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에 따라 투자자들 피해 복구의 길이 보다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범죄단체를 조직해 벌어들인 범죄수익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정부가 직접 몰수·추징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