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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이 만난 사람]제네시스 포인트 1위 이재경…“이제 시작이다”

생활 패턴과 루틴 변화로 골프가 달라져
확 달라진 쇼트게임도 상승세에 한 몫
시즌 3승에 제네시스 대상 수상이 목표

작년 제네시스 포인트 76위에서 올 시즌 1위로 올라선 이재경. KPGA

요즘 KPGA코리안투어서 가장 ‘핫’한 선수는 제네시스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경(24·CJ)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한 때 지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작년 시즌이다.

제네시스 포인트 76위로 2019년 데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 2021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이 없었더라면 시드를 잃고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다녀와야 할 처지였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거쳐 2부인 챌린지투어(현 스릭슨) 상금 순위 2위로 KPGA코리안투어에 2019년에 데뷔, 그 해 1승 등 활약으로 신인왕 수상, 2년 뒤인 2021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등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거친 선수가 거둔 성적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그랬던 이재경이 본래의 모습, 아니 그 보다 더 견고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물론 시즌 초반에는 개막전부터 내리 3경기 연속 컷 탈락하는 등 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4번째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4위를 시작으로 내리 5경기에서 ‘톱10’에 입상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막을 내린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는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고무적인 것은 그 중 3개 대회는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한 코스에서 거둔 것이란 사실이다. 그 정도로 기량이 향상됐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재경은 현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생활 패턴의 변화로 꼽는다. 그는 “늦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올 들어 아침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에 기상한다. 그리고 아침 7시 30분까지 연습장으로 가서 훈련한다”고 했다.

연습 방법을 바꾼 것도 한 몫 했다. 이재경은 “어프로치 연습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할애할 정도로 취약점인 쇼트 게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그런 다음 샷 연습을 비롯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스스로 ‘100돌이 아마추어 수준’이라던 쇼트 게임 능력은 몰라 보게 향상됐다. 작년에 42.29%였던 리커버리율이 58.82%로 좋아진 것.

이재경은 “작년에는 어프로치 입스로 그린 주변에서 웨지 대신 퍼터를 잡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성적이 나올 리 없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 스스로 놀랄 정도로 쇼트 게임 퍼포먼스가 좋아졌다”고 했다.

쇼트 게임 능력이 향상되면서 그린 플레이도 달라졌다. 작년에 1.79타였던 온그린시 평균 퍼트수는 올해 1.74타로 확 낮춰진 것. 그는 “오버랩핑, 리버스, 집게 등으로 오락가락했던 퍼팅 그립을 자신에게 가장 맞는 집게로 정착시킨 효과”라고 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작년 288.12야드에서 올해 307.34야드로 20야드 가량 늘어난 것도 상승 원동력이다. 이렇듯 드라이버에서 쇼트게임까지 전 부문 퍼포먼스가 향상되니 작년 73.22타였던 평균타수가 71.10타로 낮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재경은 “작년 겨울 미국 전지훈련에서 그동안 쇼트 게임만 배웠던 박창준 프로님과 아예 모든 스윙을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그런 노력에 힘입어 이제는 내 스윙에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 그게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회장에서의 루틴 변화와 캐디의 적극적 어시스턴스도 상승 원동력 중 하나다. 이재경은 작년까지 경기 전후로 대회장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대표적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티오프 2시간 전에 대회장에 나와 만반의 준비를 한다. 라운드를 마치고 나서도 연습 그린에서 한참 퍼팅 연습을 한 뒤 대회장을 떠나는 게 루틴이 됐다.
이재경(왼쪽)이 캐디(김형석)와 신중하게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다. KPGA

삼고초려 끝에 올해부터 캐디백을 맡기게 된 캐디(김형석)와의 찰떡궁합도 경기력을 향상시킨 원동력이다. 캐디는 ‘어떤 경우에도 흥분하지 않겠다’는 이재경의 약속을 믿고 백을 매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재경이 샷 전에 꼭 물을 마시는 루틴은 캐디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이재경은 “형이 캐디 백을 매면서 많은 것이 예전과 달라졌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흥분하곤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형이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다독여주기 때문”이라며 “형을 만나고서 내 경기 스타일이 많이 차분해졌다”고 했다.

이재경의 목표는 PGA투어 진출이다. 미국 진출에는 여러 루트가 있지만 일단은 국내 1인자에 오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는 “시즌 3승을 한 뒤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하고 싶다”라며 “그렇게 되면 해외 투어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만큼 동기 부여가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그는 8일 개막한 국내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 KPGA 선수권대회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지는 코오롱 한국오픈도 우승 버킷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이재경은 “이제 시작이다. 자만했다가 혼쭐이 난 작년을 거울 삼아 부족한 걸 채워가는 자세로 선수 생활을 해나갈 것”이라며 “우승하고 싶다고 해서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한 뒤 때를 기다리겠다. 남자 골프에 대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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