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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or보기]PGA투어 또 다시 격랑 속으로…LIV와 통합 후폭풍 예상

지난달 28일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GC서 열린 2023 LIV Golf DC 토너먼트 단체전에서 우승한 팀 토크 멤버들이 샴페인을 터트리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왼쪽부터 데이비드 푸이그, 호아킨 니먼, 세바스티안 무뇨즈, 미토 페레이라). EPA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가 전격 합병을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반응은 엇갈렸다. 시장이 커졌다는 긍정적 시그널도 있었지만 인권의 사각지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전 세계 골프를 지배하게 됐다는 점에서 파장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이다. 2018년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 소속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사건의 배후로 미국 정보 당국은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양국 관계가 냉랭해졌다.

표면적으로는 LIV 골프가 PGA투어와 DP월드투어에 흡수 통합한 것 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PGA 투어가 오일머니에 백기를 들었다는 PGA투어 선수들의 불만으로 그것은 가늠된다. 많은 선수들이 투어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분간 골프가 정치적 격랑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에서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 정부가 움직였다는 설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통합 발표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 공식 일정 중 첫 날에 전격 이뤄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통합을 위해 막후에서 움직였다는 배후설의 반증이다.

골프 마니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환영 메시지를 냈다. 그는 “LIV 골프로부터 온 위대한 뉴스. 골프의 멋진 세계를 위한 크고 아름답고 멋진 계약.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했다.

반면 워싱턴 정가와 달리 그동안 LIV 골프의 미국내 개최를 반대해온 9·11 테러 희생자들 가족들은 PGA 투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9·11 테러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9·11 유족 연합 회장인 테리 스트라다는 “제이 모너핸 등 PGA투어 리더들은 자신들의 위선과 탐욕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통합을 비판했다.

그는 “그들이 우리에게 보인 관심은 돈을 추구하는 겉치레였을 뿐 결코 위대한 골프 게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테러를 주도한 사우디가 모든 프로골프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통합으로 승자가 된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은 환영 분위기다. 동료들로 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천문학적 이적료를 받고 LIV 골프로 떠났던 필 미켈슨은 “멋진 오늘(Awesome day today)”이라는 짧은 소감으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LIV 골프와 적대적이었던 PGA투어 선수들은 합병 소식에 놀라움과 당혹감이 역력하다. 특히 7500만 달러(약 975억원)라는 천문학적 이적료를 거부하고 잔류를 선언한 리키 파울러 같은 선수들은 황당할 수 밖에 없다.

PGA투어 RBC 캐나다 오픈에 출전중인 선수들 중 일부는 설명을 위해 현장을 찾은 모너핸에게 ‘위선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PGA챔피언십 우승자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당혹스러운 감정을 토로했다. 어떤 선수는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 배신당했다”는 글을 개인 SNS에 올리기도 했다.

LIV 골프로부터 8억달러(약 1조404억원)의 제안을 뿌리치고 PGA투어 수호신을 자처한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는 사전에 통합과 관련한 어떤 언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킬로이는 “나는 여전히 LIV가 싫다. 희생양이 된 기분이다”고 했지만 우즈의 메시지는 아직 없다.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당분간 세계 남자 골프는 심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목과 갈등이 없는 진정한 통합은 과연 요원한 것일까.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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