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홀로 산 악어가 임신… 수컷 없이 ‘자기복제’

어미 유전자와 99.9% 일치
연구진 “여러 동물 종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

2020년 스위스 로잔의 민물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악어의 모습. 보도와 직접 관련 없으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AP 뉴시스

동물원에서 16년간 혼자 산 암컷 악어가 스스로 임신해 알을 낳은 ‘자기복제’ 사례가 최초로 확인됐다.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7일(현지시간) 실린 연구논문은 이 악어가 2018년 1월 중미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스스로 알을 낳았다고 밝혔다.

이 악어는 2살부터 동물원에서 줄곧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생을 다른 악어들과 분리된 채 살던 중 18살이 된 해에 알을 낳았다. 새끼는 알 속에서 완전한 형태로 발달했지만 부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 동물원 측은 일명 ‘처녀생식(virgin birth)’으로 불리는 단성생식(parthenogenesis)을 11년간 연구한 미국 버지니아공대 워런 부스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단성생식은 암컷이 수정을 거치지 않고 배아를 형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분석 결과 알 속에서 죽은 새끼는 어미 악어와 유전적으로 99.9% 일치했다. 어미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부스 박사는 이런 단성생식 사례가 자연에서 흔히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서 이런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놀랄 만큼 흔하고 널리 퍼진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악어류에서 단성생식이 비교적 늦게 발견된 까닭은 단지 사람들이 사례를 찾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부스 박사는 특히 단성생식이 가능한 종이 개체수 감소와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성생식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는 만큼 먼 조상 격인 공룡도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도 내놨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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