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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음료 아니고 간식인데···강남 학원가 사건 애먼 곳에 불똥

마약 음료 사건 경계심 때문에 ‘학교 앞 전도’ 위축
“학교·학원 인근 전도 활동, 잠재적 범죄자 취급 멈춰야”

허인행 서울우리교회 목사가 8일 어린이 전도 사역을 펼치던 초등학교 인근 쉼터에서 경찰관들이 출동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허인행(56) 서울우리교회 목사는 지난달 초 10년째 이어오던 어린이 전도 활동이 중단되는 일을 겪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2014년 교회를 개척한 뒤 한 번도 멈춘 적 없던 사역의 날개가 꺾인 건 관할 경찰관들이 전도 현장을 찾아오면서부터였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 10여명과 동네 쉼터에서 성경 말씀 교제를 나누는데 경찰 두 분이 오시더니 한 아이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처음엔 ‘교회를 다니느냐’ ‘부모님 동의는 얻고 여기 있는 거냐’ 묻더니 아이가 부모님도 아신다고 하자 다짜고짜 어머니 전화번호를 대라고 하더군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이는 울먹이고 옆에 있던 아이들은 무서워서 뿔뿔이 흩어졌죠. 함께 있던 교사들도 어쩔 줄을 몰라 했어요.”

원인은 지난 4월 벌어진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이었다. 사건 직후 서울시 교육청에선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를 먹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공문을 학교에 발송하고, 경찰은 학교와 학원 밀집 가에서 집중 순찰 활동을 펼쳤다. 마약음료를 제작해 청소년들을 위협한 범죄 행위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애먼 ‘학교 앞 전도 현장’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발생 전인 지난 4월 초 서울우리교회(허인행 목사) 교사들이 학교 앞 어린이 전도 활동을 펼치던 모습. 서울우리교회 제공

허 목사는 지난 10년간 동네에서 ‘삼손 아저씨’로 불렸다. 학교 근처 근린공원에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3분 설교를 하며 간식을 나눠주던 모습 덕분이다. 허 목사와 교사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인근 초등학교 후문 근처 쉼터와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을 만났다. 성경 퀴즈나 암송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는데 문제가 된 ‘제조 음료’가 아닌 대중적인 주스와 과자류, 문구용품이 전부였다.

8일 둘러본 쉼터 주변 건물엔 학원들이 밀집해 있었다. 쉼터는 방과 후 학교를 나선 아이들이 학원 수업 전까지의 ‘틈새 시간’에 또래 친구들과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간식을 먹던 사랑방이었다. 허 목사는 “교회 다니지 않는 학부모들도 커피를 들고 찾아와 ‘틈새 시간에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줘서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로 학교 앞 전도사역은 동네 자랑거리였다”며 씁쓸해했다.

최새롬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대표는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경계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기존에 학교 안에서 이뤄지던 사역들은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학교 밖과 학원가 인근, 특히 사건이 조명된 강남권에서의 전도사역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순수하게 복음을 전하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이로 인해 다음세대 전도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비합리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허 목사는 “경찰서 민원실에 연락하고 직접 지구대를 찾아가 사전 협조나 논의 없이 아이들을 수사하듯 대한 점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그제야 사과 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두려움에 떨었던 아이들을 찾아가 달래는 건 허 목사의 몫이었다.10명 이상 모이던 전도 현장은 현재 3~4명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간식 대신 장난감과 문구용품으로 선물을 대체했다는 허 목사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이 또한 사역을 돌아볼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루 전 거리를 지나던 한 아주머니가 힘내시라며 음료를 건네는데 큰 힘이 됐다. 사역이 멈추지 않도록 지혜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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