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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쓰레기 냄샌줄…’ 50대 고독사, 석달간 아무도 몰랐다

서울 광진구 반지하 집서 발견
전기료·월세 미납에도 위기 신호 지나쳐
2021년 고독사 사례 3378건
“민관 협력해 사각지대 발굴해야”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집에서 혼자 살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약 석 달이 지나도록 이웃은 물론 가족, 지방자치단체까지 그의 죽음을 몰랐다. 몇 개월 간 전기료와 월세가 체납되는 등 위기 징조가 발신되고 있었지만, 지자체와 관계 부처는 해당 남성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8일 서울 광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자양동 주택가의 한 반지하 집에서 A씨(56)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는 사체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현장 정리를 맡았던 청소업체 관계자는 “최소 석 달쯤 전에 사망한 것 같다. 부패가 심해 장판 아래 시멘트까지 들어내야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A씨 죽음은 옆 건물 보수를 위해 방문한 수리공의 신고로 알려졌다. 그는 “고양이 아니면 시체 썩는 냄새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찾은 현장은 여전히 악취로 가득했다. 반지하라 환기가 더 잘 안 되는 듯 했다. 주변 이웃들은 경찰이 올 때 까지 A씨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겠거니 하고 지나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일부가 A씨가 살던 건물 주인에게 연락해 “당신 건물에서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고 전하기도 했지만, 건물주는 “확인해 보니 문제 없다”며 별다른 조치 없이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인 A씨는 일용직 노동, 배달 등을 하며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누나와 여동생이 있지만 모두 지방에 거주하고 있으며 평소 왕래가 뜸했다. 가족들은 A씨가 장기간 연락이 안 됐지만 ‘바빠서 그런가 보다’고 여겼다고 한다.

사망 이후에도 장기간 방치돼야 했던 A씨 사례는 고독사 방지 등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기·가스요금 등이 3개월 이상 체납될 경우 위기가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보건복지부에 알리게 돼 있다. 복지부는 이를 ‘행복e음’이라는 시스템에 등록해 지자체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기료를 미납한 상태였지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체납 3개월을 경과한 지난 3월 이후에는 매월 체납 사실을 복지부에 알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할인 광진구청과 주민센터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A씨 상황이 시스템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구청 측은 A씨가 출가한 자녀가 있으며 세금 체납이 없는 일반 1인 가구로 잘못 알고 있었다. 복지부는 최근 고독사 사망자 수를 2027년까지 현재보다 20% 줄이는 내용의 기본 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기존 발굴 시스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가 지난해 최초로 실시한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례는 모두 3378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8%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A씨와 같은 50~60대가 매년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복지부도 “고독사 위험군 발굴을 위해서는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중심의 예방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각지대 발굴은 사람이 할 수도 있고 데이터로도 할 수 있지만 현재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잘 안 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넘어오는 데이터도 많고, 사례들도 많기 때문에 민관이 협력해서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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