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몬테네그로 유력 정치인에 수년간 불법 정치자금 후원

암호화폐 테라를 개발한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이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공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돼 법정으로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이 나라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등 수년간 각별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몬테네그로 현 총리가 오는 11일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전격 폭로했다.

8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최대 일간지 ‘비예스티’ 등 현지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권 대표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필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가 편지에 그가 몬테네그로 야당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스파이치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를 비롯해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 특별검사실에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유럽’은 지난해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으로, 같은 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올해 4월 대선에서는 이 정당 소속의 야코브 밀라토비치 전 경제부 장관이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 유럽’은 오는 11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한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특별검사실에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도형과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파이치 대표는 테라폼랩스 초창기인 2018년 초에 자신과 당시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스파이치 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지금 유럽'의 총선 승리를 막기 위해 조작된 음모론이라며 몇 주 전부터 다른 정당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파이치 대표는 아울러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건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려줬기 때문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드지치 장관은 권 대표가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던 때에도 스파이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했다. 아드지치 장관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도형을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둘이 베오그라드 어디에서 만났는지 거리명까지 알고 있다”는 의혹도 폭로했다. 그는 “권도형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는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며 “그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도 부연했다.

앞서 독일 언론매체에서는 권 대표 측이 베오그라드에서 구매한 고급 아파트가 스파이치 대표 소유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히기 전 세르비아에 머물렀다.

한편 몬테네그로 국가안보위원회는 전날 특별검사실에 권 대표와 몬테네그로 정당 간의 관계를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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