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21] 성경 속의 ESG 지속가능금융


2022년 1월 4일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低下)시키지 아니하고 이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지속가능성은 시대를 초월한 공정과 이웃사랑 정신으로 기독교적 가치관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속가능발전은 지속가능성 정신에 기초하여 경제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및 환경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말하는데(지속가능발전법 2조), 기후리스크 심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금융기업에서도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지속가능금융 부문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와 IMF는 지속가능금융을 금융산업에서 경제활동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을 할 때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원칙을 고려하는 과정(process)으로 정의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업들은 지속가능금융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위기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저리 대출, 친환경 프로젝트를 위해 기업이 발행하는 그린본드 투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산운용사, 연금 및 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모범적으로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ESG경영에 소홀한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금융에 나서고 있다.

성경에는 금융기업이 등장하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돈이 빌려주는 채권자, 돈을 빌린 채무자, 그리고 채무자가 갚아야 하는 이자와 원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빈부 격차는 존재했고 위기 상황에 처한 소외계층은 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 생활을 하는 중에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모세 오경인 출애굽기와 신명기에도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이야기가 등장한다.

유대 광야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와중에서도 다양한 수단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돈과 물질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던 것 같다. 출애굽기 22장 25절 말씀을 보면 “네가 만일 너와 함께 한 내 백성 중에서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주면 너는 그에게 채권자 같이 하지 말며 이자를 받지 말 것이며”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사회에서 채권자에게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벌어놓은 결과인 돈과 물질을 대가 없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라는 요구는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도 대가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출애굽기 22장의 “이자를 받지 말 것”은 문자적으로 이자를 전혀 받지 말아야 한다기보다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 그 사람의 처지와 상황을 고려하여 이자를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라는 의미일 수 있다. 물론 정말 위기 상황에 처한 이웃이 있다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비를 베풀어 이자를 받거나 원금을 회수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순수하게 도와주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ESG경영에서 사회공헌활동 중 불우이웃에 대한 기부금에 해당할 것이다.

신명기 23장 19~20절에 보면, “네가 형제에게 꾸어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지니 곧 돈의 이자, 식물의 이자, 이자를 낼 만한 모든 것의 이자를 받지 말 것이라, 타국인에게 네가 꾸어주면 이자를 받아도 되거니와 네 형제에게 꾸어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들어가서 차지할 땅에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복을 내리시리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자에 대한 감면은 형제에게만 적용되고 타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신명기 23장에 언급된 ‘형제’는 위기 상황에 처한 이웃을 의미한다. ‘돈의 이자’는 원금에 대한 이자이며, ‘식물의 이자’는 생존의 필수 조건인 음식을 구하기 위해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의미한다. 출애굽 당시에는 채권자의 판단에 따라 이자율 등 대출 조건이 정해졌을 것이다. 이 말씀은 위기 상황에 빠진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사회적 배려를 반영한 것으로 오늘날의 지속가능금융 정신과 연결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설 금융업자인 사채업자들은 어려운 사람에게 급전을 빌려주고 불공정한 담보 요구, 매우 높은 이자를 요구하며 폭력을 동원한 채권추심으로 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지속가능금융 정신과는 상반되며 매우 비성경적인 대출이다.

출애굽기 22장 26~27절에도 담보대출과 관련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네가 만일 이웃의 옷을 전당 잡거든 해가 지기 전에 그에게 돌려보내라, 그것이 유일한 옷이라 그것이 그의 알몸을 가릴 옷인즉 그가 무엇을 입고 자겠느냐 그가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들으리니 나는 자비로운 자임이니라” 말씀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채무자에 대한 배려와 자비를 베풀라는 것이다.

한편 신명기 15장에는 채무 탕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매 7년이 끝날 때마다, 이웃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채무를 탕감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명령을 지켜 행하면 하나님 여호와께서 기업으로 주신 땅에서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라 말씀한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가치가 실현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출애굽기와 신명기에 기록된 이자 면제와 원금 탕감에 대한 내용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유를 모두 이집트 땅에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위기 상황에 몰린 공동체의 구성원을 구하고 가나안땅 정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또한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이라는 율법의 정신이 반영된 지속가능금융의 출애굽 시대 발 실천이었다.

2023년 중에도 국내외 금융기업들이 친환경금융, 소외계층 금융지원, 사회공헌활동, 친환경 전환 등 ESG경영 실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기사가 수시로 언론 기사로 올라오고 있다. 금융기업의 ESG경영을 향한 노력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을 잘 보존하고 가꾸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적 가치관과 일치한다. (다음 회, 이중중대성(Double Materiality)의 성경적 의미)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